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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에도 美 항공료 꿈쩍않는 이유…독과점 폐해

입력 : 2014.12.30 08:04|수정 : 2014.12.30 08:17


최근 국제유가가 반 토막이 났을 정도로 급락했는데도 그에 맞춰 항공료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가가 우리나라에 비해 아주 싸고 자국 내 유가 낙폭도 큰 세계 최대 항공국인 미국에서도 이러한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항공 수요가 여전히 넘쳐나는데다,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이어진 미국 내 항공산업의 독과점 체제로의 재편 때문입니다.

최근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자 해외 출장, 여행 수요 등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수요가 넘쳐나는데도 항공좌석 공급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 항공료 가격이 내릴 여지가 적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항공사의 항공료는 되레 오르는 실정입니다.

여기에 2005년까지만 해도 11개 항공업체가 경쟁을 벌이던 미국의 항공산업은 델타, 사우스웨스트,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4개사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이들이 미국 전체 항공산업의 80%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독과점 체제입니다.

이런 덕분에 미국을 포함한 전세계 항공업계의 내년도 순익은 올해보다 무려 26%나 오른 250억 달러(약 27조4천4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모두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수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미국 항공업계에서 올해 3분기 기준 연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영업비용에서 무려 29%를 점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항공업계는 항공료를 내리기 쉽지 않다고 항변합니다.

우선 항공기에 쓰이는 연료유를 사전에 특정가격에 계약해 확보해두기 때문에 최근의 국제유가 급락을 반영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을 폅니다.

흔히 말하는 유류할증료 등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문제는 있습니다.

미국 항공업계의 경우 독과점 체제 재편으로 대외 영향력이 막강해지자 연방 의회를 상대로 지속적인 로비를 펴고 있습니다.

현행 항공 관련 소비자 규정은 항공사들이 유류할증료, 세금 등을 포함해 실제 소비자들이 지불하는 총액을 공개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항공업계는 로비를 통해 세전 가격만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을 추진중입니다.

소비자들에게 싼 가격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의도입니다.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법안은 올해 7월 연방 하원을 통과했습니다.

다만 상원은 이 법안을 승인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업계의 이익을 주로 대변하는 공화당이 중간선거를 통해 상·하원을 장악한 상태여서 내년에는 이런 종류의 법안이 상·하원을 통과하는 것이 어렵지 않게 됐다고 최근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적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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