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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내친김에 이란과도 관계정상화?…북한은

입력 : 2014.12.30 08:02|수정 : 2014.12.30 08:0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오랜 적대국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자신의 주요 업적으로 삼으려는 모양새다.

집권 2기 임기 만료를 2년여 앞두고 내·외치 분야에서 이렇다 할 성과나 치적이 없는 상황에서 수십 년 동안 골칫거리였던 외교 현안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53년 만에 쿠바와의 국교정상화를 전격적으로 선언한 데 이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가능성도 열어놔 주목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미 공영 라디오 NPR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외교관계 정상화를 묻는 질문에 "'절대로 안 된다'고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외교관계 회복의 전제 조건으로 현재 진행 중인 핵 협상이 타결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과 관계 개선의 여지가 생기려면 핵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그렇게 될 기회는 있지만, 이란이 그 기회를 잡을 의지가 있는지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내년 7월1일이 시한인 이란 핵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되고 이란이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전향적으로 나오면 쿠바처럼 국교 정상화를 못할 이유도 없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이 37년 동안 국제무대에서 공공연하게 원수처럼 지내 온 점을 고려하면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발언 자체에 적지않은 정치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

미국과 이란은 1979년 이슬람 혁명과 테헤란 미 대사관 점거 사건 이후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이후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해 각종 제재로 이란을 압박했고, 이에 맞서 이란은 미국의 친이스라엘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해 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외교 행보가 임기 말 '업적 쌓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는 또한 그의 오랜 공약을 실천하는 의미도 있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대통령 취임 직전 이란과 쿠바, 북한을 거론하면서 "이들 국가의 정상들과 직접 만날 용의가 있다"면서 적대국과의 과감한 대화를 천명했으며 시차를 두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쿠바와의 역사적인 국교 정상화나 이란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도 이런 노력의 산물로 평가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과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5분가량 전화통화를 함으로써 1979년 이후 양국 정상 간 첫 역사적인 접촉을 했으며, 이후 두 정상의 노력 덕분에 이란 핵협상 테이블까지 마련됐다. 최근 들어서는 양국이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있어 물밑 공조도 하고 있다.

쿠바, 이란과의 관계개선 분위기와 달리 북한과의 관계는 오히려 악화일로다.

특히 김정은 암살을 주제로 한 영화 '인터뷰'의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해킹과 관련해 미국이 해킹 배후국가로 북한을 공식 지목하고 이에 북한이 오바마 대통령을 '원숭이'에까지 비유하면서 강력 반발, 북미관계는 한층 더 얼어붙는 형국이다. 미국은 현재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외교 소식통은 "쿠바나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모두 미국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대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러나 북한은 여러 면에서 쿠바, 이란과는 또 달라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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