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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빙속 여제' 이상화, 삼성 유니폼 입나?

권종오 기자

입력 : 2014.12.29 18:38|수정 : 2014.12.30 07:43


‘빙속 여제’ 이상화가 묘한 시점에 자신의 첫 번째 실업팀인 서울시청을 떠나게 돼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빙상계 일각에서는 “이상화가 새로 창단될 것으로 알려진 삼성 빙상팀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 빙상팀 창단설은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이 지난 1일 삼성그룹 인사에서 제일기획 스포츠총괄 사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시작됐습니다. 삼성그룹은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 13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동계종목 팀은 1개도 없습니다.

김재열 사장은 빙상연맹 회장이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을 맡고 있고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한국선수단 단장까지 역임할 정도로 동계종목 육성에 대한 집념이 누구보다 강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빙상을 비롯한 동계종목 팀 창설 가능성이 오래전부터 예측돼 왔습니다. 

공교롭게도 최근 삼성중공업 럭비팀이 해체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창단설은 더욱 증폭됐습니다. 럭비 선수들 계약은 줄줄이 무산됐고, 이미 해단 절차를 밟으라는 지시가 내려온 상태라고 합니다. 삼성그룹이 럭비팀을 해체하는 대신 빙상팀을 새로 창단할 마음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것입니다.

삼성그룹은 ‘1등주의’를 표방하는 기업으로 유명합니다. 어느 그룹보다 스타 선수를 특히 선호합니다. 현재 국내 빙상계를 대표하는 선수로는 스피드스케이팅의 이상화, 박승희, 이승훈, 모태범, 쇼트트랙의 심석희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이승훈과 모태범은 대한항공 소속이고 심석희는 아직 여고생이어서 영입이 여의치 않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올해로 서울시청과 계약이 종료된 이상화가 재계약하지 않고 새 소속팀을 찾기로 결심해 더욱 관심을 끌게 된 것입니다.
그래픽_이상화이상화는 2011년 한국체대를 졸업하고 서울시청에 입단해 4년간 활약했습니다. 자신의 멘토이자 선배 선수인 이규혁(은퇴)과 한솥밥을 먹으며 빙판을 누벼 세계 최정상의 스케이터로 성장했습니다.

2013-2014시즌 무려 네 차례의 여자 500m 세계신기록을 작성(현재 36초36)했고, 소치 동계올림픽에서는 아시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사상 최초로 올림픽 2회 연속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올 시즌에도 4차례 월드컵에서 8차례 500m 레이스를 펼쳐 6번 우승했고, 29연속 메달 행진을 이어가는 등 세계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상화의 매니지먼트사인 브리온컴퍼니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청과의 계약이 자연 종료돼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는 중"이라며 "복수의 팀에서 제안이 들어와 조건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새로운 소속팀을 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이상화가 얼마나 편하게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느냐가 될 것"이라며 "해를 넘겨 내년 초쯤이면 새 팀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이 관계자에게 “삼성그룹이 새로 빙상팀을 창단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상화 선수가 삼성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까?”고 질문했지만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습니다. 삼성 사정을 잘 아는 한 체육계 인사는  "김재열 사장이 빙상연맹 회장이기 때문에 오히려 창단하기가 쉽지 않다. 좋은 선수를 삼성이 영입하면 뒷말이 많기 때문이다"며 창단 가능성을 낮게 보았습니다. 럭비팀이 있는 가운데 빙상팀을 새로 만들면 모를까  럭비팀을 해체하고 빙상팀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빙상인들은 국내 최대 그룹인 삼성이 팀을 창단할 경우 한국 빙상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빙속 여제' 이상화의 거취는 1-2주 안에 결판이 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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