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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 팬 마음껏 웃고 마음껏 울었다…신해철 추모 공연

입력 : 2014.12.28 00:03|수정 : 2014.12.28 00:10

역대 넥스트 멤버 등 출연…노래 합창하며 '넥스트' 연호


지난 10월27일 세상을 떠난 가수 신해철의 유고집 '마왕 신해철'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무한궤도 해산 때 난 밴드를 안 하겠다고 이를 박박 갈았다. 그리고선 어떻게 하면 밴드를 다시 할 수 있을까, 곧 안달복달하면서 지냈다. 넥스트 해산 때 난 다시 밴드 하면 성도 없애고 이름도 갈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금 내 이름은 크롬이다. (성도 없고 이름도 갈았잖아)"

솔로 가수로도 시대에 방점을 찍으며 화려했던 신해철이지만 밴드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올해도 그는 6년 만에 넥스트를 '넥스트 유나이티드'(NEXT Utd.)란 이름으로 재결성했다.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준비한 무대도 넥스트 유나이티드의 콘서트였다.

바로 이 공연이 그가 세상을 떠난 지 딱 2개월 만인 27일 오후 7시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렸다. 그의 부재로 인해 공연에는 고인의 빈소에 울려 퍼진 노래 '민물장어의 꿈'이 부제로 붙었다.

신해철을 추모하는 무대로 꾸며진 이날 공연을 위해 생전 그를 사랑하던 뮤지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팬클럽 철기군을 비롯해 5천 명의 관객이 객석을 채웠다.

신해철의 부인 윤원희 씨와 두 자녀는 2층에 자리했다. 부인은 공연을 보는 내내 눈물을 닦아냈다. 아직 이 자리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어린 아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아빠의 노래를 따라불러 안타까움을 더했다.

팬들도 고인의 영상이 흐를 때마다 코끝이 찡해졌다. 특히 엔딩곡으로 '민물장어의 꿈'이 울려 퍼지자 노래를 합창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철기군 회원이라는 박혜정(39) 씨는 "남편과 함께 포항에서 이 공연을 보러 왔다"며 "신해철 씨가 무한궤도로 대학가요제에 출전할 때 참가번호가 16번이었는데 당시 TV로 보면서 이때부터 팬이 됐다. 오늘 눈물을 흘릴 것 같아 휴지까지 챙겨왔다"고 말했다.
신해철추모콘서트그러나 이날 관객들은 슬픔에만 갇혀있지 않았다. 스탠딩석 팬들은 야광봉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고, '인형의 기사' 등 넥스트의 노래를 합창하거나 '넥스트!' '신해철'을 외쳤다.

특히 크래쉬의 안흥찬이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부를 땐 스탠딩석이 일제히 발을 구르며 뛰어올라 록페스티벌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다.

넥스트유나이티드의 트윈 보컬인 이현섭이 "오시면서 많은 생각 하셨을 것 같다"며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근데 오늘은 마음껏 웃고 마음껏 뛰고 마음껏 울다 가시면 될 것 같다. 그게 해철이 형도 원하는 바일 것 같다"고 말하자 함성이 터져 나왔다.

첫 무대는 신해철이 테이프를 끊었다. 유년시절, 학창시절의 사진이 영상으로 흐른 뒤 굵은 저음이 매력인 신해철의 육성이 흘러나왔다. 넥스트의 곡 '세계의 문'의 아련한 내레이션이었다.

이어 넥스트 출신들이 라이브로 연주하는 가운데 신해철이 영상을 통해 '더 월드 위 메이드'(The World We Made)를 열창했다.

공연 중간에도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그의 보컬이 흘러나와 마치 한 공간에 머무는 느낌을 줬다.

총 3부로 구성된 공연은 이현섭과 정기송(기타) 등 넥스트유나이티드, 역대 넥스트 출신 연주자들, 신성우·김원준·김진표·엠씨더맥스의 이수·K2 김성면 등 스페셜 보컬들이 3팀으로 나뉘어 꾸몄다.

신성우는 신해철이 생전 아끼던 넥스트의 '라젠카, 세이브 어스'(Lazenca, Save Us)를 강렬한 록 사운드로 선사했다. 그는 "여기에 해철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해철이에게 들리도록 가열차게 외치자"며 호응을 이끌어냈다.

데뷔 시절 신해철이 프로듀서였던 엠씨더맥스의 이수는 '더 드리머'(The Dreamer)를 열창한 뒤 눈시울을 붉혔고, 김진표는 신해철과 나눈 대화, 생전 모습을 떠올리고는 '이런 걸 왜 벌써 추억해야 하는지'라는 자작 랩으로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마지막은 넥스트유나이티드가 장식했다. 이현섭은 신해철의 마지막 솔로 앨범 타이틀곡 '단 하나의 약속'을 비롯해 신해철의 사촌 여동생인 피아니스트 신지우의 연주에 맞춰 '일상으로의 초대' 등을 노래했다.

그는 "공연 때 형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앞으로는 절대 여러분을 기다리지 않게 하겠다고. 그 마음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철이 형 노래가 들리도록 노력하겠다"며 "나와 여러분의 가슴에 신해철이 살아있는 한 넥스트의 음악은 계속 울려 퍼질 것이고 영원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한편, 팬클럽은 공연장 밖에서 의료 사고 논란이 인 신해철을 위해 '의료 사고 입증 제도 개선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이날 공연 수익금은 신해철의 두 자녀를 위한 장학금으로 쓰일 계획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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