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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인들의 엇갈린 고민…"귀향" vs "서둘러 탈출"

입력 : 2014.12.26 11:25|수정 : 2014.12.26 11:25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 선언은 쿠바인들에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른 복잡한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미국에 정착한 쿠바계 주민의 일부는 귀국을 고려중인 반면 쿠바에서 탈출하려는 이들은 오히려 미국행 계획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AP 통신은 양국의 국교정상화 추진 선언 이후 미국으로 밀입국을 계획하던 쿠바인들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고민에 빠졌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국교가 정상화되면 현재 미국이 쿠바계 난민에게 부여하고 있는 법적·정책적 특혜가 조만간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은 1966년 제정한 '쿠바인 정착법'(Cuban Adjustment Act)에 따라 미국에 밀입국한 쿠바인에게 영주권과 시민권을 사실상 보장해왔다.

또 1995년부터는 쿠바를 탈출한 난민이 일단 미국 육지에 발이 닿으면 거주권을 주는 '젖은 발, 마른 발'(wet foot, dry foot)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는 그간 수많은 쿠바인이 허술한 뗏목을 타고 미국행 항해를 하거나 중미·멕시코 등 육로를 통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이유가 돼왔다.

쿠바 건설노동자인 제라르도 루이스(36)는 AP에 "만약 이 법이 없어진다면, 쿠바인은 미국에 가고 싶어하는 다른 히스패닉과 똑같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당국은 아직 관련 조치에 손을 댈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국교정상화가 되면 일부 조치는 법적으로 유지가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AP는 전했다.

이들과 반대로 이미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인 중 일부는 고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건너온 이들이 귀향을 고려하는 것은 쿠바에 남겨두고 온 가족·친지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과거 피델 카스트로 정권 하에서 박해를 받았던 초기 이민자보다는 경제적인 이유로 근래에 미국으로 탈출한 이민자에게서 이런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AFP는 전했다.

3년 전 두 아이를 두고 미국으로 건너온 쿠바계 주민 마리솔 마카로타(40)는 "내 마음은 쪼개져 있다"며 현재 같은 경제력이 보장된다면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인들의 '정'이 그립다면서 "나는 100% 쿠바인이다. 미국으로 건너온 걸 후회하지 않지만 내 정체성은 그대로다"라고 전했다.

다만, 상당수는 여행·송금제한 완화 추이를 일단 지켜볼 계획이며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가 권력을 놓지 않으면 귀향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AFP는 덧붙였다.

미국과 쿠바는 이달 17일 국교정상화 추진을 전격 선언했다.

양국은 피델이 혁명을 일으키고 공산화를 선언한 지 2년 만인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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