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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했다가 체포'…사우디 여성들 테러법정에 '별건 기소'

입력 : 2014.12.26 05:56|수정 : 2014.12.26 05:56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운전하다가 이달 초 체포된 사우디 여성 2명이 테러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재판하는 법정에 기소됐다고 알아라비야 방송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로우자인 알하틀로울(25)과 메이사 알아모우디(33)의 지인들은 이들이 소셜네트워크(SNS)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사우디의 특별형사법정에 넘겨졌다고 언론에 밝혔다.

구체적으로 어떤 글이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사우디 수사 당국은 운전했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들 여성을 별건 혐의로 기소한 것으로 보인다.

대테러 목적으로 세워진 이 법원은 종종 인권 운동가에게 중형을 선고하기도 한다.

이 법정에 여성이 피고인으로 서는 것은 이들이 처음이라는 게 인권단체의 주장이다.

알하틀로울은 이달 1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우디로 차량을 몰고 들어가려다가 국경검문소 수비대에 제지당했다.

그는 UAE에서 발급된 운전면허증을 소지하고 사우디를 횡단, 여성운전을 금하는 사우디 당국에 부당성을 알리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경수비대는 그의 여권을 압수하고 하루 동안 검문소에 구금했다가 다른 장소로 옮겼다.

알아모우디는 이튿날 알하틀로울에게 음식, 식수, 담요를 전달하러 자동차를 몰고 갔다가 역시 붙잡혀 구금됐다.

이들의 구금은 법적으로 애매한 부분이 있다.

사우디는 여성의 운전을 금지하는 명문적 규정이 없어 관습적으로 여성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하지 않는 방법으로 여성 운전을 금지한다.

이 때문에 여성이 운전하는 경우 경찰은 무면허 운전 혐의로 입건해 처벌하고 있다.

그러나 사우디, UAE 등 걸프지역 6개국으로 구성된 걸프협력이사회(GCC) 회원국 간 협약으로 다른 회원국에서 발급된 면허증은 GCC 지역 내에서 별다른 절차 없이 상호 인정된다.

GCC 회원국 사이엔 운전면허증뿐 아니라 자동차 번호판을 바꿔달지 않아도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에서 운행할 수 있다.

따라서 UAE 정부가 발급한 운전면허증이 있는 알하틀로울의 경우, 엄밀히 따지면 무면허 운전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만약 그를 무면허 운전으로 처벌한다면 사우디 정부가 결과적으로 UAE의 운전면허증을 인정하지 않는 불일치가 발생하게 된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여성운전금지 반대운동 지지자인 이들 여성의 트위터 지지자(팔로워)는 35만5천명에 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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