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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대책' 위해 싹쓸이 절도…제버릇 못버린 '바늘도둑'

입력 : 2014.12.22 11:30|수정 : 2014.12.22 15:57


회사 물품을 빼돌리다 직장을 잃은 50대 실직자가 노후를 위해 '싹쓸이식' 절도 행각으로 5억 원대의 물품을 챙겼다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충북 충주의 한 광산에서 일하던 서모(55)씨는 2011년 공구와 윤활유 등을 몰래 빼돌리다 덜미가 잡혀 회사에서 잘리고 말았습니다.

실직한 서 씨는 당장 생계를 걱정할 처지가 됐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머릿속에 치밀한 '절도 계획'을 그렸습니다.

서 씨는 범행에 사용할 화물차를 훔친뒤 별도로 마련한 자신의 작업장에서 차량 일부분을 개조하고, 문짝과 적재함도 새로 도색했습니다.

또 훔친 여러 개의 번호판을 잘라 이어붙이는 방법으로 위조 번호판을 만들어 달았습니다.

범행 준비를 끝낸 서 씨는 인적이 뜸한 새벽 시간대를 골라 충주·제천·음성·진천·괴산 일대 공장과 농가를 돌며 중장비, 건설공구, 농기계, 농산물 등을 닥치는 대로 훔쳤습니다.

도주 과정에서 CCTV를 발견하면 차량 조명을 끄거나 중앙선을 넘어 지나가는 방법으로 흔적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진천에서 훔친 지게차를 5시간 동안 밤새 몰아 작업장으로 옮기는 집요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서 씨가 2012년 7월부터 최근까지 20차례에 걸쳐 훔친 물품은 시가 5억여 원어치에 달했습니다.

서 씨는 훔친 물건 중 10% 정도만 내다 팔아 생활비를 충당하고 나머지는 작업장에 그대로 보관했습니다.

경찰 추적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벌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일종의 노후 대비용으로 차곡차곡 쌓아둔 것입니다.

하지만 서 씨의 범행은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2년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수사 초기 서 씨의 행방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경찰은 지난 9일 오후 11시 충주의 한 창고에서 발생한 '찰벼 4톤 도난사건'에서 결정적인 단서를 확보했습니다.

인근 CCTV에서 서 씨의 차량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후 CCTV 화면 분석을 통해 서 씨의 이동 경로를 확인한 경찰은 탐문 끝에 서 씨의 작업장을 발견, 그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충주경찰서는 서 씨를 특가법상 절도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서 씨는 "노후 대비 차원에서 물건을 훔쳐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가 생활비가 필요하면 그때마다 내다 팔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작업장에서 발견된 피해 물품을 토대로 서 씨의 여죄를 캐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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