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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지점장, 하늘의 별따기"…점포 줄면서 인사적체 심각

입력 : 2014.12.18 08:13|수정 : 2014.12.18 08:13


은행 점포 통·폐합 움직임이 가속하면서 은행권의 인사 적체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매년 승진 대상자는 양산되는데 인터넷뱅킹 등 IT 서비스 기술의 발달로 지점 수는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부 부부장급인 부지점장 3∼4명이 한 지점에서 일하는 등 지점장 자리에 오르는 게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1천200개가 넘었던 영업점 수가 내년 초 1천100여 개로 줄어들면서 지점장 자리를 놓고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더구나 국민은행은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간부층이 더 많아 인사적체가 심합니다.

국민은행의 인력 구조는 내부에서 L1, L2, L3, L4로 나눕니다.

그런데 (부)지점장·팀장급인 L3의 인력 수가 4천800여 명에 달해 계장·대리급인 L1의 인력 수 4천100여 명보다 훨씬 많습니다.

전형적인 '역삼각형' 인력구조입니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입사 동기 중에서 지점장으로 나가는 비율이 2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지점장 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인력 구조에서는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고 생각하며, 절대 인력도 다른 은행에 비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심각한 인사적체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우리은행의 인력 구조는 국민은행에 미치지는 않지만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해 간부층 비중이 높아 인사 적체가 심한 편입니다.

우리은행의 부장·지점장급 간부 비중은 22.2%(3천314명), 과장·차장급 책임자 비중은 31.9%(4천757명) 수준입니다.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를 보이고 있지만, 간부급 인력 비중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또 내년에 전체 점포 수가 줄어들 전망이어서 지점장 자리에 오르는 일이 갈수록 어려워집니다.

신한은행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신한은행은 행원 45%(6천26명), 과·차장급 책임자 34%(4천557명), 관리자 이상 간부급 21%(2천813명) 등 우리은행과 비슷한 피라미드형 인력 구조지만, 간부급 비중은 높은 편입니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에 점포 수를 51개 줄였으나 내년 초 추가로 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지점장 자리는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내년 2월1일을 목표로 통합을 준비 중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도 내년에 점포를 늘리지는 않을 계획입니다.

오히려 통합으로 한 지역 안에서 역할이 중복되는 점포는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거나 지점별 영업 성과에 따라 폐쇄할 방침이어서 지점장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점포 수는 지난달 기준으로 각각 608개, 346개입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각각 27개, 8개 감소한 수치입니다.

다만, 외환은행의 경우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통해 인력 구조의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외환은행은 5·6급 행원급 비중이 27.6%(1천402명) 수준인 데 반해, 8∼20년차 직원인 4급 책임자급 직원은 전체 정규직의 56.4%(2천872명)을 차지하는 전형적인 '항아리형' 인력 구조입니다.

반면, 하나은행은 행원급 3천998명(52.3%), 과·차장 책임자급 2천546명(33.3%), 부장·지점장 이상 관리자급 1천98명(14.4%)의 인력 구조를 가지고 있어 양행 통합 시 인력 운용 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은행권의 한 고위 임원은 "IT기술의 발달로 인터넷뱅킹 등 비대면 채널로 움직이는 서비스 비중이 90% 정도 된다"면서 "여기에 은행의 수익이 감소하면서 지점 수는 줄고, 인력 구조 불균형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인사 적체 문제가 심각함에도 시중은행들은 선뜻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운영의 제1과제로 내세우는 정부 정책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데다가,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할 정도로 노령층 일자리에 신경쓰는 사회 분위기상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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