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경제

연준 '상당기간→인내심 갖고' 10년 전과 닮은꼴

입력 : 2014.12.18 08:12|수정 : 2014.12.18 08:12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7일(현지시간) 초저금리를 유지하는 기간과 관련해 그동안 써온 가이드라인인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time)이라는 문구를 더는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통화정책 정상화(기준금리 인상)에 착수하기 전 인내심을 발휘하겠다(be patient)"는 말로 선제안내(포워드가이던스)를 대체했습니다.

한결 모호해진 표현이기는 하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될 것임을 시사한 것입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10년 전인 2004년 6월 당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였던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시장에 보냈던 신호와 흡사합니다.

2000년대 초반 아시아발 경제 위기와 뒤이은 2001년 9·11 사태로 미국 경제가 곤두박질 치자 FRB는 2000년 5월 6.5%로 최고치였던 금리를 이듬해 1월 FOMC 회의 때 6%로 0.5%포인트 내리고 나서 그해 12월 1.75%까지 인하했습니다.

미국 기준금리는 이어 2002년 11월 1.25%, 2003년 6월 1%로 떨어지면서 1958년 이후 4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FRB는 이후 미국의 경제가 점차 회복되면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일자 시장을 안심시키고자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지금처럼 '상당 기간'(for a considerable period)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표현을 넣었습니다.

이 표현이 사라진 것은 2004년 1월 FOMC 회의 때입니다.

FRB가 공식 성명에서 이 표현을 삭제함으로써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시사한 것입니다.

대신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수 있다"는 완곡한 언급으로 대체함으로써 서둘러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당시 FRB 의장도 의회 청문회 등에서 금리 인상 필요성을 꾸준하게 제시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줄이고자 "인플레이션율이 매우 낮은 수준이고 노동시장 등에 잉여의 문제가 있어서 금융 완화 조치를 해제하는 데는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며 성급한 금리 인상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습니다.

그러나 그 해 5월 회의에서 이 표현도 사라졌습니다.

1%의 저금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지만, '인내심' 부분을 넣지 않은 것입니다.

다만, "저금리 정책이 신중한 속도(measured pace)로 제거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시기와 폭은 시장이 충분히 대비하고 예측할 수 있게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FRB는 그러고 나서 바로 다음 달인 6월 FOMC 회의에서 1%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이어진 FOMC 정례회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상향조정함으로써 2006년 6월 5.25%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매번 금리 인상을 결정하면서 성명에서는 "장기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는 잘 억제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경제가 견실한 속도로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고용은 회복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최근 연준의 성명과 엇비슷한 내용입니다.

따라서 향후 미국 경기·고용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연준이 10년 전 전철을 그대로 밟는다면 내년 6월 FOMC 회의쯤 '인내심' 표현이 사라지면서 기준금리 인상이 단행돼 단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입니다.

(SBS 뉴미디어부)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