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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계 미국인, 국교정상화 선언에 분노·환호 교차

입력 : 2014.12.18 05:47|수정 : 2014.12.18 05:47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정상화 추진 선언이 나온 17일(현지시간)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 공동체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스페인 어를 사용하는 히스패닉 미국 이민자 그룹 중 세 번째로 많은 쿠바계 미국인의 80%는 고국과 지척인 플로리다 주에 거주한다. 특히 남부 플로리다 지역의 쿠바계 미국 인구는 85만명에 달한다. 플로리다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쿠바 영토까지 거리는 90마일(약 145㎞)에 불과하다.

피델 카스트로 공산당 정권이 들어서자 이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쿠바인들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국교정상화에 분노했다.

공화당 소속 연방하원의원인 마리오 디아스-발라트(마이애미)는 플로리다 지역 신문인 선 센티넬과의 인터뷰에서 "쿠바에 억류된 앨런 그로스의 석방을 환영하지만, 미국과 쿠바의 관계 정상화로 이어진 그의 석방 과정은 너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야만적인 쿠바 독재정권에 전례 없는 양보를 함으로써 '양보 대장'이라는 이미지만 재차 입증했다"고 비난했다.

디아스 발라트 의원은 또 그로스의 석방 대가로 쿠바 정보요원 3명을 함께 맞바꾼 것도 "지독한 오판"이라고 평했다.

또 다른 쿠바 공동체 지도자는 "미국의 관계 정상화 선언이 쿠바에 민주주의와 인권을 회복시키려는 노력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에 쿠바에서 정치범으로 수용된 세바스티안 아르코스는 "외교관계 정상화의 목적이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양국의 관계 정상화는 쿠바 정부의 정치적·경제적 개혁이 먼저 이뤄진 뒤에야 가능하다"고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1950∼1960년대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 국민은 거리에 모여 미국 정부의 조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전격적인 양국 간의 조처에 반색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1980년 보트에 몸을 실어 미국으로 망명한 우고 칸쵸는 로이터 통신에 "놀라운 일"이라면서 "새로운 출발이고 1천120만명에 달하는 쿠바 국민의 꿈이 실현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페드로 프레이레 변호사는 "과장 하나 보태지 않고 정말 역사적인 날"이라며 "적시에 이뤄진 조처"라고 의미를 뒀다.

어렸을 적 미국으로 이주한 한 쿠바계 미국인은 이번 조처로 쿠바에 사는 친지와의 상봉이 쉬워질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미국 공영방송 NPR는 1991년부터 쿠바계 미국인의 의식을 조사해 온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여론 조사 결과를 인용해 쿠바를 바라보는 이들의 달라진 시각을 전했다.

올해 여름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8%가 미국과 쿠바의 외교관계 복원에 찬성했고, 특히 젊은 층의 90%가 절대 지지 의사를 보였다.

또 53%가 쿠바와의 외교 관계 개선을 지지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다고 밝혔고, 69%는 쿠바로의 여행 제한 등 금수 조치 완화를 바랐다.

아울러 71%는 53년간 이뤄진 미국의 쿠바 금수조치가 전혀 작동하지 않았거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고 답해 미국 정부에 새로운 대책 수립을 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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