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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재무부 "국고 70억 달러 풀어 환율 방어 하겠다"

입력 : 2014.12.17 23:31|수정 : 2014.12.17 23:31

메드베데프 총리 "루블화 지나치게 저평가"…환율 다소 진정세


러시아에서 현지 통화인 루블화 가치 폭락에 따른 금융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재무부가 국고 계좌에 보관 중인 외화를 매각해 환율 방어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알렉세이 모이세예프 재무차관은 이날 "현재 재무부가 관리하는 국고 계좌에 약 70억 달러가 남아있다"면서 "이 외화를 시장에 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금융 시장에서 루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인테르팍스 통신은 재무부가 이미 일부 외화를 시장에 내놓았다고 전했다.

재무부의 발표 뒤 루블화 환율은 다소 회복됐다.

전날 달러와 유로 대비 각각 80루블과 100루블까지 치솟았던 루블화 환율은 이날 오후 현재 66루블과 82루블 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그래도 올해 초 달러 대비 32루블, 유로 대비 45루블대였던 루블화 환율과 비교하면 각각 106%와 82% 정도나 오른 수준이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는 전날 저녁 금융 위기 대책 회의를 개최한 데 이어 이날도 경제 관련 각료들과 수출업자들이 참석한 대책 회의를 주재했다.

메드베데프 총리도 이날 회의에서 루블화 환율이 실제 러시아 경제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루블화가 크게 저평가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루블화 가치 폭락은 지속적 유가 하락과 다른 원자재 가격 하락, 서방 제재의 영향 때문이라며 "루블화가 이러한 요소들에 반응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최근 며칠 동안 우리가 환전소에서 보는 환율은 실제 경제 상황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메드베데프는 현재의 어려움에 불구하고 정부가 금융 시장에 강력한 통제를 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중앙은행과 함께 금융 시장 안정화를 위한 일련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수립됐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또 현재 러시아는 필요한 만큼의 충분한 외화보유액을 갖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공황 분위기에 휩쓸려 루블화 환율이 크게 올라간 지금 외화를 매입하는 데 나설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는 전날 메드베데프 총리가 주재한 대책 회의에서도 외환 거래 통제 정책을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대신 중앙은행이 외화 공급을 늘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정책에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러시아 정부의 방침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환율이 계속 요동칠 경우 외화를 풀어 폭락하는 루블화 가치를 잡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경제개발부 차관을 지내고 현재 브네슈에코놈방크(VEB)의 부회장을 맡고 있는 안드레이 클레파치는 중앙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추가로 더 올리고 이 금리가 내년 상반기에 계속 지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중앙은행은 전날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6.5%나 올려 17%로 인상했다.

올해 들어서만 여섯 번째 인상이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발표 이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오히려 금융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일부에선 결국 정부가 외환 거래를 일정 기간 중단시키고 외화 예금 인출도 통제하는 등의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또 금융 위기 대처 실패를 이유로 메드베데프 총리를 경질시키고 지난 2011년 그에 의해 쫓겨났던 알렉세이 쿠드린 전 재무장관을 총리로 발탁하는 인사가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도 퍼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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