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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 이번엔 가수오디션 패러디…'하모니' 강조

입력 : 2014.12.17 15:30|수정 : 2014.12.17 15:30

유엔 출입기자단 만찬서 코믹 패러디로 70주년 맞는 유엔 소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미국의 유명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동영상을 코믹하게 제작해 유엔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반 총장은 16일(현지시간) 저녁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출입기자단(UNCA) 초청 만찬 행사에서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패러디해 참석자들을 즐겁게 했다.

매년 연말에 개최되는 이 행사에서는 사무총장이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유엔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에게 공개하는 게 관례로 돼 있다.

반 총장은 작년에는 미국 정보기관의 무차별 도청을 풍자하는 코믹 동영상을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올해에는 특정 사안이나 주제를 부각하기보다는 유엔의 다양한 업무를 소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내년이 유엔 창설 70주년이라는 점에 맞춰 유엔의 기능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로 만들자는 의도였다.

이날 반 총장의 연설은 6개의 코믹 동영상을 중간 중간에 넣어가며 15분가량 진행됐다. 메시지는 무겁지 않으면서도 확실하게 다가왔다.

반 총장의 연설은 사회자 리처드 로스가 반 총장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정작 무대에 올라온 사람은 반 총장이 아닌 유엔 대변인인 스테판 두자릭.

그는 반 총장이 갑작스러운 일로 자리를 떠났다며 반 총장의 비디오 메시지로 대신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s)를 패러디한 동영상에 등장한 반 총장은 "나는 이런 만찬을 혐오한다"며 전혀 엉뚱한 말을 내뱉었다.

청중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단상에 올라온 반 총장은 간단한 환영 인사를 건네고 나서 본격적인 유엔 활동 알리기를 시작했다.

올해 70세가 됐다고 소개한 반 총장은 "TV쇼에 잘 나가지 않는데 유엔의 70주년에 대해 알리려고 특별한 노력을 하고 싶다"면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반 총장이 출연한 TV프로그램은 '리얼 하우스와이브즈'(Real Housewives), 판사 주디(Judge Judy), '아메리칸 아이돌' 등이었다.

특히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인 '아메리칸 아이돌'에 출연한 모습은 폭소를 자아냈다.

"세상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진 반 총장은 "평화(Peace)와 이해(Understanding), 그리고 무엇보다 하모니(Harmony.조화)"라고 답한 뒤 "그래서 하모니(화음)를 아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고 말했다.

'하모니'가 '조화'라는 의미가 있는 동시에 '화음'이라는 뜻도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한 재치있는 언어 구사였다.

화음을 잘 아는 심사위원 앞에 선 반 총장은 'Happy birthday to you'를 일부 개사한 'Happy birthday to United Nations'를 두 명의 아름다운 여성 심사위원에게 바치겠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반 총장은 "나는 노래를 잘 못한다. 하지만, 정의와 평화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찾았다며 평화를 갈구하는 내용의 '이매진'(Imagine)을 합창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다소 분위기가 숙연해지자 반 총장은 "오늘은 마음이 가벼운 밤이지만, 글로벌 어젠다는 무거운 것들이 많다"면서 130여 명이 희생된 파키스탄 학교 테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 시리아와 이라크에서의 내전, 우크라이나에서의 갈등, 에볼라 등을 나열했다.

그는 또 취재 과정에서 죽어가는 언론인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고, 언론자유와 인권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뉴욕=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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