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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초중고 교장·교감 수업한다…논란 예고

입력 : 2014.12.16 15:25|수정 : 2014.12.16 15:25

이재정 교육감 "수업할 수 없다면 심각한 문제"…강한 추진 의지


내년부터 경기지역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교장이나 교감도 수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재정 교육감의 강력한 추진 의지에 따른 것이나 9시 등교 시행 때처럼 찬반 논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 교육감은 16일 "교장과 교감을 포함, 모든 교사가 수업을 하는 게 옳다"며 "제도적으로 좀 더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법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는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고 돼 있다.

교감, 수석교사 역시 각각 교무관리, 교수·연구활동 지원 이외에 학생 교육도 임무에 포함돼 있다.

장기간 수업 공백기로 인한 교단 적응 문제에 대해선 "교원자격증은 녹슬지 않아야 하고 언제라도 수업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그걸 게을리해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교장과 교감도 수업할 수 있게 제도화할 생각"이라며 당장 2015년 정책적으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

이는 최근 교육지원청 순회 협의회에서 아이디어 수준으로 던진 발언보다 한 발짝 더 나간 것이다.

다만 "강제적인 방법으로 안 되며 공문으로 내보내는 방법도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하실 걸로 믿는다"고 자율 시행 원칙과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런 추진방식은 9시 등교 시행 때와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학교별 자율 시행 방침을 제시했지만 인사권을 가진 교육감에게 반기를 드는 학교장은 보기 드물었다.

교장·교감 수업 참여는 이 교육감의 '학생 중심, 현장 중심' 정책기조를 넘어 교직원 직무혁신 시도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특히 '교육계의 IMF'라고 불릴 정도의 교육재정 위기가 관례와 기득권의 반발을 상쇄할 적기로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원외 기간제 교사를 감축하고 그 수업공백을 수석교사가 채우게 된 상황과 맞물려 있는 셈이다.

아예 교장 직무 시스템을 최고경영자(CEO)형 미국식에서 수석교사(head teacher)형 유럽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관리직 수업 참여가 조금씩 구체화되면서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교육감 자신도 "현장에서 와글와글 불만의 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장병문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은 "교장과 교감이 수업을 하면 학교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역할은 누가 하느냐"며 "교육현장을 이렇게 혼란스럽게 만들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장단체 관계자는 "하라면 하겠지만 교장의 철학으로 학교를 꾸려가기도 어려운 현실에서 수업까지 한다면 이도 저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초등학교 교장은 "그냥 지나가는 얘기로 들었는데 구체화한다니 당혹스럽다"며 "학부모들이 얼마나 달갑게 여질지 모르겠다"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수업참여 방법과 범위를 놓고도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심형 30∼40학급 중고교의 경우 대략 50∼80명의 교사가 근무하는 데 교장과 교감이 수업이 들어가면 관리업무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현행 교육자치법규상 교장은 회계·재산책임자를 포함, 7가지 직명을 갖고 있다.

교감 역시 성적관리위원회, 학생선도위원회 등 각종 위원장을 맡고 있다.

교과수업에 얽매이지 말고 창의적체험활동, 교양강의 등 비교과 영역에 참여하는 방법으로 주 3∼5시간 수업은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실제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일부 초·중학교 교장들이 정기적으로 수업에 들어가거나 교사 휴직 공백을 채우는 사례도 있다.

도교육청 한 관계자는 "경험이 많은 교원들이 수업을 경시하고 교단을 등한시하는 경향은 교육적인 측면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장 의견을 수렴하며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공립학교 교장은 2천명, 교감은 2천153명에 이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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