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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 네살 꼬마…40년 생이별 끝 상봉한 모녀

입력 : 2014.12.16 14:57|수정 : 2014.12.16 15:07


그리운 어머니를 40년 만에 만나는 딸에게는 '어머니'라는 한마디를 입 밖으로 내는 일조차 힘겨웠습니다.

결국 다른 이들의 부름에 문을 열고 들어온 칠순의 어머니는 단번에 알아본 딸을 부둥켜안고 통곡했습니다.

기억 속 네 살짜리 딸은 어느새 한 아이의 엄마가 돼 있었습니다.오늘(16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는 40년간 서로 애타게 찾던 모녀가 상봉하는 자리가 마련됐습니다.

초록우산에 따르면 이정미(44·여)씨는 네 살이던 1974년 언니 정옥(당시 여덟 살)씨와 함께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경기도에 있는 큰아버지 댁에 맡겨졌습니다.

어머니는 "생활이 여의치 않으니 잠깐만 맡아달라. 사정이 나아지면 데리러 오겠다"며 눈에 밟히는 두 딸을 두고 떠났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이 나빠지면서 두 조카를 키울 수 없는 형편이 된 큰아버지는 결국 정미 씨를 서울의 한 가정에 수양딸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어린 마음에 동생이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길 바랐던 정옥 씨는 기쁜 마음으로 떠나보냈습니다.

이것이 40년의 생이별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동생이 떠나고 얼마 뒤 다른 친척집에 보내진 언니 정옥 씨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 어머니와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양딸로 들어간 집에서 버림받아 또다시 다른 집으로 보내진 정미 씨의 행방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그 무렵 정미 씨는 전라도 구례에 있는 한 노부부의 집으로 보내져 양녀가 됐습니다.

양부모는 정미 씨를 '윤정미'라는 이름으로 호적에 올리고 학교에도 보냈습니다.

정미 씨는 처음에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가족을 찾을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미 씨의 친척이 "너와 정말 닮은 사람이 애타게 동생을 찾고 있다"며 언니일지 모르니 유전자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재검까지 했지만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정미 씨는 가족을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진짜 언니와 어머니가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어릴 때 가족과 헤어져 남은 기억이 거의 없는 정미 씨는 경찰의 도움을 받아 유전자 등록을 했습니다.

어머니와 정옥 씨 역시 오래전부터 정미 씨를 찾으려고 지역신문에 광고를 내고 실종가족 찾기 방송에 출연하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소득이 없었습니다.

결국 어머니는 최후의 수단으로 지난 10월 어린이재단과 경찰의 안내로 유전자 등록을 했습니다.

그리고 뜻밖의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정미 씨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모녀는 마침내 40년 만에 서로를 품에 안았습니다.

어머니는 정미 씨의 얼굴을 매만지며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미안하다. 이게 꿈이냐 생시냐"라고 부르짖다 잠시 실신하기도 했습니다.

정미 씨는 "어머니가 어떤 모습일까, 나랑 닮았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밤을 지샜다"며 "버림받았다고 오해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어머니와 언니 정옥 씨는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하다. 은혜를 잊지 않겠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제훈 초록우산 회장은 "정미 씨의 경우처럼 10년 이상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장기실종 가족이 150세대가 넘는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촉구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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