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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압승 아베, 외조부 이어 군사재무장 강행 우려

입력 : 2014.12.15 16:45|수정 : 2014.12.15 16:45


14일 치러진 일본 총선이 연립여당의 압승으로 끝남에 따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향후 행보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너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아베 총리가 외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1896∼1987) 전 총리에게서 받은 영향과 두 사람의 스타일을 조목조목 분석했다.

아베 총리는 2006년 쓴 책에서 외조부 얘기를 자세히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외할아버지가 '전범'이자 '반동 보수의 화신'이라는 비난을 접하고 자라면서 오히려 반대로 보수주의를 끌어안게 됐다"고 털어놨다.

기시 전 총리는 젊은 관료 시절인 192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방문을 계기로 산업현대화를 동경하게 됐고, 1936년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에 파견돼 그 지역을 산업화 조직으로 바꿔놨다.

1939년 도쿄로 돌아와 상무성을 이끌다 1945년 일본 패망 후 A급 전범으로 구속돼 3년간 복역했다.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전 총리를 비롯해 다른 전시 지도들은 처형됐지만, 기시 전 총리는 화를 면했다.

그뿐 아니라 일본 재건에 필요한 인물을 찾던 미국 덕분에 총리 자리까지 올랐다.

아베 총리는 공격적 경제부양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한 투표 성격이기도 했던 이번 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지만, 이면에는 기시 전 총리와의 관계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일부 유권자들은 외조부의 정책과 야망을 부활시키려는 아베 총리의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최근 일본과 틀어진 중국의 부정적 반응 때문이었다.

1930년대 만주국의 노동력과 자원 수탈을 감독하는 역할을 했던 기시 전 총리는 1950년대 군국주의 포기를 선언한 일본 헌법을 개정하려고 시도했다.

아베 총리 또한 헌법 개정을 강행하려 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외조부가 전범으로 기소된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결백을 주장하지만, 지난해 바닥을 친 중국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작년은 아베 총리가 전범을 기리는 도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해였다.

아베 총리는 일부 현안에서는 외조부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기시 전 총리는 일본 산업 증진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개입을 주장했지만, 아베노믹스는 규제 완화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군국주의뿐 아니라 경제 문제에서도 이들의 정책은 많이 겹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아베 총리는 기업의 임금 인상이나 여성승진 할당제 도입을 위해 정부 권한을 이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일본 경제를 회복시켜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목표가 기시 전 총리의 정책과 똑같다는 것이다.

또 어떤 지도자들도 이들처럼 일본의 군사 영향력 확대를 위한 헌법 개정을 강하게 밀어붙인 경우가 없다.

심지어 아베 총리의 이번 선거 슬로건이었던 '이것이 유일한 길'이란 문구는 기시 전 총리를 연상시킨다.

아베 총리는 2007년에 쓴 글에서 외조부를 찬양하면서 스스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반대해도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길이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이다." 도쿄대 이토 다카시 명예교수는 "그들이 얘기하는 것 중에 많은 부분이 똑같다. 둘 다 헌법 개정과 일본의 재무장을 원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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