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살해한 42명 가운데 39명은 모두 여성입니다. 그리고 2살 짜리 여자 아이도 희생자 명단에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철저히 여성들을 골라 범행했다는 얘기가 됩니다. 게다가, 그라카스의 살인 행각은 결코 충동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철저하게 희생자들을 고르고 괴롭힐 수 있을 만큼 괴롭힌 다음 살해했다는 겁니다. 그가 TV와 인터뷰 한 내용을 그대로 전하겠습니다. “살인을 하지 않으면 말이죠. 저도 모르게 신경이 날카로워져요. 일단 죽이고 싶은 사람 집을 서성이다가 마침내 살인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있죠.”
불현듯, 최근에 읽었던 한 기사가 떠올랐습니다. 텍사스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한 살인마에 대해 사형 집행이 잠정 중단됐다는 기사였습니다. 기억을 더듬어 관련 기사를 다시 찾아봤습니다. 텍사스에 사는 스코트 파네티는 지난 주 수요일 저녁 6시 사형 집행이 계획돼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 1992년 그의 장인과 장모를 살해했습니다. 그것도 아내와 딸아이가 지켜 보는 앞에서 말입니다.
하기야, 제 정신이라면 인간으로서 과연 42명을 단지 재미를 위해 살해할 수 있을까요? 이 기사와 연계해 CNN은 미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연쇄 살인에 대한 기사를 실었습니다.
우선, 영화 소재로도 많이 다뤄졌던 조디악 킬러 (The Zodiac Killer)를 들 수 있습니다. 1968년부터 1969년까지 북부 캘리포니아에서 5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는 경찰에게 자신이 연쇄 살인범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피 묻은 옷가지와 함께 자신이 37명을 살해했노라고 적힌 편지까지 보냈습니다. 그는 아직도 붙잡히지 않았습니다.
또, 데이비드 버코위츠도 유명한 연쇄 살인마입니다. 뉴욕에서 6명의 여성을 살해하고 7명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1976년부터 1977년까지 주로 외곽 도로에서 데이트 중이던 남녀를 골라 살해 행각을 저질렀습니다. 결국 경찰에 붙잡혀 6번의 25년 형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테드 번디는 1960년대 중반 16명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했습니다. 경찰에 붙잡히고 난 뒤 30명 이상의 여성을 살해했노라고 자백해 세상을 놀라게 했는데, 이번 그라카스 사건과 유사하게 정신병을 이유로 그의 사형 집행을 막으려는 변호인단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는 1989년 1월 사형됐습니다.
제프리 다머는 밀워키에서 1978년부터 1991년까지 17명의 남자와 소년을 살해했습니다. 게다가 그는 시신을 훼손하고 일부를 먹기까지 하는 인간으로서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짓을 저질렀는데 종신형을 선고 받고 수감됐다가 3년 뒤인 1994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존 웨인 게이시는 1972년부터 1978년까지 33명의 젊은 남성과 소년을 살해했습니다. 희생자 대부분이 떠돌이였는데 그는 이들을 살해한 뒤 시카고 외곽에 있는 자기 집 지하에 묻었습니다. 게다가 그는 미국 민주당 당원으로 활동하면서 각종 파티에서 삐에로 복장을 하고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등 이중적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94년 사형됐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쇄 살인은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최고조에 달했다고 합니다. 일례로 1980년대에만 무려 200건이 넘는 연쇄 살인 행각이 줄을 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990년대 들어서면서 연쇄 살인이 급감했는데 그 이유를 기사는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습니다.
분명, 통계적으로 보면 연쇄 살인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10건 이상의 연쇄 살인범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연쇄 살인범의 숫자는 줄었지만 연쇄 살인이 한번 발생하면 대중이 갖는 공포감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증폭돼 있다는 것도 특징으로 꼽고 있습니다.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