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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위 두 달 보름 만에 마무리…시위캠프 철거

입력 : 2014.12.11 16:57|수정 : 2014.12.11 16:57


"경찰에 체포되더라도 몇 분이라도 더 '우산광장'에 머물 것입니다."

경찰의 시위대 진압이 예정된 11일 오전(현지시간) 홍콩섬 애드미럴티(金鐘) 하커트(夏慤) 로드에서 만난 대학생 케빈 탕(21)은 '진정한 보통선거' 요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커트 로드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의 2017년 홍콩 행정장관(행정수반) 선거안 철회를 요구하면서 두 달 보름째 이어간 도심점거 시위의 주무대다.

시위대 사이에선 '우산광장'으로도 불린다.

학생을 주축으로 한 시위대는 하커트 로드에 앉은 채 경찰의 체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주위 곳곳에는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란 뜻의 영어 문구 '위 윌 비 백'(We will be back)이 적힌 조형물과 대형 플래카드가 보였다.

뒤쪽에서 '쿠르릉' 하는 굉음이 들려 달려가 보니 인부들이 하커트 로드와 연결된 센트럴(中環) 지역 코노트(干諾) 로드에서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시작하고 있었다.

장기간의 시위에 지친 일부 시민은 손뼉을 치며 철거 작업을 응원하기도 했다.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한다는 토미 입(44)씨는 "시위 이후 매출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두 달 반 동안 버스가 다니지 않아 출근에 어려움을 겪은 종업원들이 편하게 출근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은 채 철거 작업을 지켜봤다.

경찰이 2시20분께부터 하커트 로드의 시위캠프 철거에 본격적으로 나서자 여기저기 탄식이 터져 나왔다.

100명에 육박하는 경찰관이 9차선 도로에서 일렬로 선 채 전진하자 시위대는 속수무책으로 밀려났다.

일부 시위대는 '나는 진정한 보통선거를 원한다'와 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최루액 살포기와 경찰봉으로 무장한 경찰에 물리적으로 저항하지는 않았다.

직장인 글로리아 후(31·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나고 절망스럽다"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현장 사진을 찍던 위니 찬 할머니(61)는 "지난번처럼 학생들이 경찰에게 맞아 피 흘릴까 걱정돼서 거리로 나왔다. 경찰이 나도 체포하는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로써 지난 9월 28일 이후 75일간 이어진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 시위가 일단 마무리됐지만, 여파가 오래갈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호퉁 세컨더리스쿨(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로렌스 팡(17)은 "이번 시위로 많은 학생의 가슴에 변화의 씨앗이 심어졌다"며 "당장은 시위대를 진압한 정부와 친(親)중국파가 이긴 것으로 보이겠지만, 길게 보면 젊은 층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그들이 패배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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