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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대한항공 탄 외국인들, '땅콩'이라며 놀려"

김범주 기자

입력 : 2014.12.10 12:56|수정 : 2015.03.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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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기내 땅콩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출발하던 항공기를 세워서 물의를 일으켰던 조현아 부사장이 파문이 커지자 결국, 보직에서 물러나겠다. 이런 발표를 했습니다. 김범주 기자, 그런데 이 발표가 말 그대로 긁어 부스럼을 만들었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제(8일) 기사가 나왔을 땐 아버지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서울에 없었거든요, 프랑스 파리 출장을 갔다가 어제 오후에 돌아왔는데, 기자들이 공항에 나갔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물어봤더니 첫 마디가 "사과한다. 그리고 조사를 해서 조치를 취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했었단 말이죠.

그래서 딸을 비롯한 임원들 이미 불러 놓은 상태였습니다.

바로 회의를 들어가서 뭔가 있겠구나 싶었는데, 세 시간 뒤에 역시 조현아 부사장 퇴진 속보가 떴었거든요, 그래서 본인도 회의에서 "죄송하다. 책임지고 물러나겠다." 얘길 했다고 하니까, 저희 생각에는 이제 아버지가 회의에서 "대체 일을 어떻게 한 거야." 이러면서 "물러나라." 이렇게 해결 한 줄 알았어요.

"회장이 돌아오니까 정리가 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조금 뒤부터 추가적인 내용이 올라오는데 퇴진이 아닌 거죠.

대한항공에서 맡고 있는 예를 들면 기내 서비스 총책임자, 이런 직함만 내려놓고, 보시는 것처럼 부사장 자리, 그다음에 경영을 책임진다는 뜻인 등기임원 이런 건 그대로 가고 맨 밑에 계열사 세 곳도 그대로 대표, 사장을 하는 이런 체제인데, 물러나는 게 아닌 거죠.

그러니까 학생이 잘못해서 교무실에 불려 갔는데, 큰일 나나 했더니 알고 보니까 아버지가 이사장이었던 것입니다.

학교 전교 부회장, 반장 이런 것 다 놔두고 체육부장 정도 떼고 나왔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 지금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역시 아빠 딸이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 것 습니다. 정말 막강하구나.

<앵커>

그냥 임원이면 이런 일 하지도 못했겠지만, 어땠을까 싶기도 하고요, 일을 더 점점 키우고 있는 것 같아요.

<기자>

처음에 사실은 이런 일이 터졌을 때 진심으로 사과를 했어야 되는 거고요, 그리고 이걸 눙치고 넘어가려 하다가 일이 막상 커지니까, 그제 밤에 사과문이라고 썼는데 부사장은 할 일을 한 거고, 결국은 승무원들이 잘못했다.이런 얘기를 했단 말이죠.

그래서 또 한 번 일이 커졌잖아요, 어제 다시 사퇴 얘길 꺼내서 세 번째로 불을 짚인 셈인데 문제는 우리가 떠드는 건 그렇다고 치는데, 이거 외국인들도 타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외국인들이 놀려댑니다.

NUT, 넛이란 말이 땅콩이란 뜻도 있지만, 괴짜, 광분한, 나쁜 뜻이 굉장히 섞여 있는 거에요, 그러니까 이게 굉장히 이미지가 깎인 겁니다.

여기에 또 한 가지 더 걱정인 게 처리 과정에서, 대부분 궁금해하실 부분인데, 회사 안에서 "이렇게 하면 역풍 맞을 텐데."라고 생각한 사람은 과연 없었을까?

이런 과정에서, 그런데 이게 전달이 된 건지, 아니면 얘기를 했는데도 그냥 이렇게 밀어 붙인 것인지 문제가 생겼을 때 회사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구조 자체가 드러난 셈이거든요, 그래서 여러모로, 이래저래 씁쓸하고 회사의 약점이 많이 노출이 된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결국 위기관리라는 것도 진정성이 키워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경영 쪽에서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는 회사가 있죠. 저희도 이 사건 몇 번 다뤘었는데, 사기 대출받았다가 문제가 됐던 모뉴엘이라는 회사 있었습니다. 결국, 어제 파산처리가 됐다는데 직원들이 이걸 몰랐다면서요?

<기자>

직원들이 몰랐어요, 이게 3조 원 정도를 대출을 받아서 6천억 원 정도를 갚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 파산처리가, 회사가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는데 문제는 직원들 얘기인데, 이게 또 왜 직원들이 문제가 되냐면 올해 2월에 보시는 것처럼 제주도에 새로 사옥을 지었어요, 그래서 직원들을 서울에서 옮겨가게 했습니다.

이주비도 주고, 수당도 올려주고요, 그래서 맞벌이하던 사람도 예를 들면 부인 회사 그만두게 하고 제주도 가서 공기 좋은 데서 살자. 이렇게 한 100명 정도가 차례로 옮겨 갔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일이 터진 겁니다.

[모뉴엘 직원 : 요즘 하는 말로 '멘붕'에 가까운, 한 2~3개월 내에 입사한 직원들도 되게 많거든요.]

심지어 법정관리 신청하기 전날 내려온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지금 보시는 대표가 한 마디도 직원들한테 얘기를 안 한 겁니다.

그동안에 빌린 돈으로 흥청망청 쓰고 다닌 걸로 조사가 되고 있는데, 결과 100명의 직원들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경영이라는 게, 경영자가 된다는 게 직원들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정말 중한 일인데, 이렇게 다 어렵고 존경받는 경영자가 나와도 될까 말까 한 판국에 경영이라는 문제는 놓고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보면 안 좋은 영향을 경제계에 미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잘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부작용이 걱정되고 답답한 일입니다. 둘 다.

<앵커>

저희 같은 직장인들은 연말에 날씨도 춥고 마음도 쓸쓸한데 이런 소식 자꾸 전해드리게 돼서 참,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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