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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괴물이 되어가는 FA 거대 시장, 광풍 막을 대안은?

이향구

입력 : 2014.12.09 06:17|수정 : 2014.12.09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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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FA 광풍'…휘청이는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 : 일정기간 자신이 속한 팀에서 활동한 뒤 다른 팀과 자유롭게 계약을 맺어 이적할 수 있는 자유계약선수 또는 그 제도를 일컫는 말입니다.

최근 스포츠 계는 프로야구 FA 선수들의 엄청난 몸값으로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FA가 도입된지 지난 15년간 총액에서 약 21배가 커졌고 특히 그 중 4분의 1이 지난해에 집중됐습니다.

돌직구에선 FA 선수들의 몸값 뒤에 숨겨진 그림자에 대해 취재해 봤습니다.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의 꽃, FA시장이 폐장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번 FA시장에서 50억대 이상의 대박 계약자는 6명에 이르고, 그 중 사상 첫 80억대도 3명이나 됩니다.

총액 역시 사상 최대인 600억을 돌파했습니다.


[인터뷰:이명수,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84억 원이면 저는 이번 생애에는 못 만져볼 돈이 아닐까 싶은데…84억이 아니라 8,400만 원도 엄청 큰 돈이죠."


[인터뷰:박민주, 서울시 도봉구 창동]
"80억 원이면 웬만한 사람들한테는 큰돈이잖아요? 아무리 야구를 잘한다고 해도 돈으로 사람의 가치를 매기는 것도 잘못됐다고 생각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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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FA 사상 최고액인 4년간 86억 원은 얼마나 큰 액수일까요? 평균적으로 연봉 2700만 원의 일반 회사원이 16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일해 쓰지 않아야 모을 수 있는 돈입니다.

FA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2011년부터 야구선수 평균 연봉 상승률을 보면 증가하는 추세지만 일반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은 초반을 빼고는 꾸준히 하락세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최근 4년 동안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이 극심하네요. 이유가 뭘까요?"

최근 프로야구는 국제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신생구단 NC와 KT가 창단했고, 국내 최고 선수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선수 품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타 팀의 좋은 선수를 데려올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결국 선수 수요-공급의 불균형과 성적지상주의 풍토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인터뷰: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경제학 박사]
"경제규모가 커진 것에 비해서 오히려 선수층의 두께는 커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선수층의 희귀성, 희소성이 더 커졌기 때문에 과도한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선수를 잡으려는 경향이 세지는 것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이런 과도한 몸값 급등은 여러 논란을 낳고 있죠?"

[기자 멘트]
"네. 가장 큰 문제는 선수들 사이의 부의 불균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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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야구 선수들의 연봉은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극소수의 고연봉자와 대다수 저연봉자로 나뉘는 가파른 피라미드 형태입니다.


게다가 최저연봉은 2400만 원으로. 내년부터 그나마 300만 원 인상될 예정이지만, 메이저리그의 최저연봉 액수과 상승률를 비교해보면 굉장히 짭니다. 자연히 저연봉 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 스포츠 산업 경영학과 교수]
"구단 전체 예산에서 아주 많은 부분을 한, 두 명의 선수에게 지출하다 보니까 결국은 구단에서 나눠줘야 되는 연봉의 평균치를 보면 다른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적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 우리나라 프로구단의 현실입니다."


구단의 살림살이 또한 악화될 수 있습니다.

최근 2년간 선수들의 몸값은 크게 오른데 반해 구단의 수입 총액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 때, 리그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대다수 국내 야구단의 수익은 모기업으로부터 받는 예산이 전부입니다.

야구단의 1년 예산은 약 4백억. 이 중 올해 최고 몸값인 4년 86억 원은, 연 21억 원이 넘고 이는 연 구단 예산의 약 20분의 1에 달합니다.

수십 명의 선수를 거느리는 구단이 한 선수에게 거액을 쏟아붓다면 선수 훈련과 육성 등에 투자할 비용은 줄어들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과열된 FA 시장에서 일부 구단들은 2군과 유망주 육성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며 조기 철수를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양상문, LG 트윈스 감독]
"(현재) 2군에 있는 투수들 중 나름대로 괜찮은 투수들이 있습니다. 5~7명 정도 새로운 선수 위주로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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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공존의 길…'FA 거품 빼기'


쩐을 소유한 자만이 지속적으로 돈을 가져가게 되는 현상으로 부익부 빈익빈의 차이를 더욱 크게 만듭니다.

이는 결국 프로야구의 인기를 이끌고 있는 팬들의 마음까지 돌아서게 할 수도 있습니다.

'억' 소리 나는 선수들의 몸값 만큼 야구 팬을 위한 서비스의 질도 향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인터뷰:우만택, 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7~80억이라는 돈이 솔직히 평생을 모아도 모으기 힘든 돈이잖아요."


[인터뷰:허건우, 서울시 도봉구 창동]
"팬 서비스는 당연히 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김영환, 대구 남구 봉덕동]
"선수들의 몸값은 올라가는데 팬들에게 해주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이나 이벤트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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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몸값이 치솟은 최근 2년 동안 팀과 경기 수는 늘었지만, 오히려 관중 수는 줄어들었습니다.

내년 10구단 kt가 1군에 진입하면 경기수는 더 늘어나겠지만 흥행으로 직결될 지는 불투명합니다.


[인터뷰:김창호, 한국스포츠산업협회 부회장]
"구단에서 투자할 수 있는 비용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팬 서비스 측면에서 소홀한 측면이 발생할 수 있겠죠.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 시설에 투자하거나 선수들에게 투자하거나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당히 감축되지 않을까 이런 예상도 할 수 있겠고요."


결국 FA 몸값이 지금처럼 무서운 기세로 올라간다면, 프로야구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창호, 한국스포츠산업협회 부회장]
"이름은 프로구단인데 프로구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자생의 능력이 없습니다. 한 쪽으로 쏠림 현상이 결국 프로야구 시장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 않을까 이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이런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과열된 FA 시장을 식힐 방법을 찾아야 할텐데요?"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선 당분간은 인위적인 제어장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KBO는 2가지 대안을 내놓았습니다.

먼저, 원 소속구단과의 우선협상기간을 폐지해 타구단의 선수 사전접촉으로 인한 몸값 상승 가능성을 줄이자는 안이 있습니다.

또 전력 평준화를 위해 보상 규정에 차별을 둘 수 있는 'FA 등급제' 도입도 논의 중입니다.

이는 선수 몸값으로 등급을 정해 보상선수에도 제한을 두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억 이하 계약은 보상선수가 없고, 50억은 20명 외 보상선수 지명, 80억은 10명 외 지명을 통해 구단에게 전력손실의 부담을 주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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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양해영, KBO 사무총장]
"일단은 지금 템퍼링 (사전 접촉) 문제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우선 협상 기간을 폐지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고요. 그다음에 FA 등급제를 시행하는 방법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FA 선수를 영입한 팀에서 원소속팀에 내줘야 하는 보상선수의 제한을 줄이자는 의견도 있죠?"

[기자 멘트]
"네, 현 규정상 보호선수 20명 이외 선수 중 1명을 내줘야 하는데, 이 20명 제한을 좀더 줄여 역시 전력손실의 부담을 주자는 겁니다."


[인터뷰:이순철, sbs sports 야구 해설위원]
"보상 선수 숫자를 현재 20명에서 15명으로 줄인다든지 원소속구단과 FA 전 년도에 계약을 한다든지 계약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는 거죠.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과열 현상이 줄어들지 않겠어요?"


전문가들은 각 구단이 이름 값에 얽매이기 보다 팀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에게 투자하고,  그 선수를 통한 수익 창출 모델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 스포츠 산업 경영학과 교수]
"돈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하는 것은 프로야구에서 상당히 수준 낮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류현진 선수를 영입한 LA 다저스가 류현진 선수로 인해 팔리는 티셔츠의 수입이 이미 선수 몸값을 능가하는 그런 사례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구단 입장에서는 인텀(수익)에 대한 부분 그런 부분도 상당히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정한 프로구단이 되기 위해선, 정상적인 돈의 흐름이 이뤄져야 합니다. 적극적인 투자와 수익의 극대화…이 두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아야지만 프로야구의 장기적 발전과 성공적인 흥행이 상생하는 길입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향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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