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에볼라 감염 미 의사 '참상 속에서도 인간애 봤다'

입력 : 2014.12.08 17:28|수정 : 2014.12.08 17:28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보다 감염된 미국 의사가 첫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에볼라 참상 속에서도 식지 않은 뜨거운 인간애를 증언했다.

지난 9월 에볼라에 감염된 후 본국으로 후송돼 치료를 받고 살아난 의사 이언 크로지어(44)는 7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호활동 중 겪은 일과 투병기를 털어놨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신원도 공개하지 않았던 크로지어는 자신을 40일간 치료해준 에모리대 병원에 감사를 표하고 현재 진행형인 에볼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해 처음으로 인터뷰에 나섰다고 NYT가 전했다.

크로지어는 시에라리온 케네마 지역의 정부 의료시설 격리병동에서 에볼라 환자를 돌봤다.

밤낮으로 새 환자가 들이닥쳤고 하루에 몇 번씩 청소를 해도 시설 곳곳에 피와 설사변, 구토물이 흥건했다.

환자들은 핏발 서고 초점 잃은 눈으로 의사만 불러댔다.

크로지어는 "격리병동은 끔찍한 곳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눈 뜨고 볼 수 없는 참혹함 속에서도 빛나는 인간애가 발휘되는 '은총의 순간들'이 있었다.

아기를 잃은 엄마들이 부모를 잃고 혼자 남겨진 아이들에게 젖을 물리며 돌보기 시작한 것이다.

크로지어가 잊을 수 없는 이들은 또 있다.

전부 에볼라에 감염돼 실려온 삼 형제다.

네 살, 다섯 살, 열한 살에 불과한 삼 형제는 이미 엄마를 잃었고 아빠도 행방불명이었다.

크로지어는 이들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세가 가장 위중했던 큰 형 빅터는 아버지 역할을 해내며 동생들을 돌봤고 동생들 역시 토사물 범벅인 바닥의 침상에 누운 형 곁을 떠나지 않았다.

크로지어는 아침마다 셋 중 한둘은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이들은 꿋꿋이 버텨 마침내 병동을 뛰어다닐 정도로 호전됐다.

크로지어는 "아이들이 서로를 밀어주면서 지탱해낸 것"이라며 "그처럼 어두운 곳에서 삼 형제는 작은 기쁨을 선사했고 가끔은 보호장비를 벗고 안아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금의 짐바브웨인 로데시아에서 태어난 크로지어는 10살 때 가족과 미국으로 이주, 시민권을 땄다.

의사가 된 후 우간다로 날아가 아픈 이들을 돌봤고 에볼라가 창궐하자 세계보건기구(WHO)에 자원해 시에라리온으로 넘어갔다.

예상치 못한 에볼라 감염으로 크로지어 자신도 죽을 고비를 넘겼다.

열이 40℃까지 오른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투석기에 의존했고 의료진도 생존이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크로지어는 기적적으로 호전돼 현재 통원치료 중이다.

사고능력에 문제가 생겼고 근육 손실로 강도 높은 재활훈련도 받아야 해 두렵기도 하지만 그는 "아직 할 일이 많다"며 내년초 서아프리카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