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사회

경기교육청 9시 등교 시행 100일…득일까 실일까

입력 : 2014.12.07 08:51|수정 : 2014.12.07 08:51


지난 5일 오전 8시 58분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 정문.

1∼2분을 남기고 간신히 지각을 면한 학생 수십명이 학교 건물로 들어 갔다.

오전 9시가 지났는데도 '지각이다!'를 외치며 부랴부랴 교실로 들어가는 학생들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학교 교사들은 지각생은 늘 있었지만, 9시 등교 이후 학교에 늦게 오는 학생이 다소 늘어 고민거리라고 했다.

학생들은 20여분간 여유시간을 가졌고, 부산스러웠던 분위기는 이내 사그러들었다.

9시 20분.

1교시 수업이 시작됐고 교사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고, 엎드려 조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이 역시 9시 등교 이후 생겨난 변화다.

이 학교 1학년 2반 담임교사는 "예전엔 아침조회시간부터 자는 학생이 있어 깨우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는데 요샌 전혀 없다. (9시 등교제 이후) 문제도 있지만 확실히 학생들이 좋아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9시 등교 시행 100일째를 이틀 앞둔 7일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10월 13∼14일 도내 25개 교육지원청 초·중·고교 75곳을 대상으로 '9시 등교 이후 달라진 학교의 모습'을 점검해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분석결과 앞에 소개한 고등학교 사례처럼 긍정적인 변화만큼이나 문제점들도 드러났다.

점검결과에 따르면 9시 등교 이후 가장 큰 변화는 '1∼2교시 수업 집중도 향상'과 '조는 학생 감소', 아침밥 먹고 등교하는 학생 증가' 등이다.

가평의 한 중학교는 1교시 수업 전 자기주도 학습이나 독서 등 아침교육활동 시간에 학생들의 집중력이 낮고 참여의지가 부족했으나 등교시간이 늦춰진 뒤로 학생들의 수업활동이 활발해지고 집중력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긍정적 변화만큼이나 앞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점들이 산적하다는 것이다.

도교육청은 '9시 등교후 학생생활규정(지각·결석) 현황'에서 '학교급별, 지역별로 차이는 있으나 9시 등교 전에 비해 지각하는 학생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분석했다.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맞벌이 부부의 조기 출근으로 학생이 다시 잠을 자 가정에 전화를 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하교 시간이 늦춰지면서 6∼7교시 집중도가 떨어지고 점심식사 시간이 1시간 가량 늦춰진 점, 학교별 특색 교육활동을 하지 못하는 점 등은 9시 등교의 풍선효과로 지적되고 있다.

조기 등교학생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여전히 미비하며 초·중·고 동시등교로 인한 교통혼잡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도 문제다.

또 등교 전 학원에 다니거나, 교내 사고 등을 이유로 아예 8시 30분 이전엔 등교를 금지하는 등의 부작용도 해결되지 않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이렇듯 논란의 여지가 있다보니 일부 고교를 중심으로 '9시 등교'를 '9시 수업'으로 바꾸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원지역 한 고등학교 교감은 "수업은 늦게 끝나고, 점심시간이 미뤄져 학생들이 배고프고, 아침시간을 활용한 진로교육 등 각종 프로그램이 중단된 것을 포함해 대부분 고등학교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수렴한 뒤 등교시간을 20여분 앞당겨 9시부터 수업하는 방안을 검토해 내년부터 적용할 지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부작용들은 일부 학교의 문제"라며 "학교 구성원의 요구를 제대로 파악해 9시 등교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학교사례를 지속적으로 공유해 많은 학교가 학사운영에 불편함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