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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황제' 잡은 '시황제'…1인체제 더욱 공고화

입력 : 2014.12.08 11:57|수정 : 2014.12.08 11:57


중국 시진핑(習近平) 지도부가 5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해 '유죄선고'를 내림에 따라 저우융캉은 무거운 처벌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중국 지도부는 이번 회의에서 '저우융캉의 엄중한 기율위반사건에 대한 조사보고'를 심의·통과시키고 저우융캉에 대한 당적 박탈 및 사법기관 이송을 결정했다.

저우융캉은 오랫동안 '사법·공안의 차르', '석유 황제' 등으로 불린 인물이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최고지도부의 일원인 정치국 상무위원 이상의 인물이 비리문제로 처벌받은 전례는 없었기 때문에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특히 '소문' 수준에서 떠돌던 그의 혐의와 관련, 거액의 뇌물수수, 직권남용을 통한 이권개입, 국가기밀 유출, 간통, 매출 등을 세부적으로 적시하며 중형선고 가능성을 암시했다.

중국언론은 저우융캉에 대한 당적박탈은 법률 앞에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시진핑 체제의 반부패 의지를 강조했지만, 이번 결정은 결국 시 주석이 정치투쟁에서 또 한번 승리했다는 점을 반영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례적 기밀누설 혐의 적용…'공안차르' 파멸 임박 = 중국당국이 밝힌 저우융캉의 주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기밀유출, 간통, 매춘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저우융캉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뇌물수수에서부터 폭력조직과의 결탁, 복잡한 여자문제, 살인사건 연루, 나아가 쿠데타 주도까지 수많은 혐의를 받고 있다고 관측해온 중화권의 일부 언론 보도와 상당 부분 일치한다.

로이터 통신은 저우융캉의 가족과 측근들로부터 최소 900억 위안(약 16조 2천억 원)의 자산을 압수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홍콩언론은 "저우융캉이 기밀유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유출한 기밀내용이 과연 무엇인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쿠데타나 살인사건 연루 혐의는 명시적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중국당국은 그러나 "조사과정에서 기타 범죄에 연루된 단서도 포착했다"며 검찰수사 단계에서 그의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을 열어놨다.

중국 내에서는 지금까지 공개된 혐의만으로도 무기징역 이상의 선고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공직자의 뇌물수수 행위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으며 특히 국가기밀 유출 등의 행위에 대해서는 사안에 따라 극형까지도 선고가 가능하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당서기의 경우 47억 원 상당의 뇌물을 받고 직권을 이용해 아내의 살인 행각을 무마하려 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중국 정치분석가 장리판(章立凡)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국가기밀 혐의는 결국 중국 당국에 더러운 정치(문제)를 덮어버릴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진핑, 내부 권력투쟁서 또 한번 '승리' = 정치국의 이번 결정은 시진핑 지도부가 지난 7월 저우융캉에 대한 사법처리 착수사실을 공식화한 뒤 진행 중인 후속절차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당의 사정·감찰 총괄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는 혐의점이 있는 당원을 '쌍규'(雙規·당원을 구금상태에서 조사하는 것) 상태에서 조사한 뒤 혐의점이 사실로 판단되면 검찰로 이송한다.

즉, 저우융캉의 당적박탈과 공식체포, 검찰이송은 정해진 수순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중국이 저우융캉에 대해 뇌물수수, 기밀유출 등 중대범죄 혐의를 비롯해 간통, 매춘 등 개인 도덕성을 건드리는 혐의까지도 적나라하게 공개한 점은 그 이상의 메시지를 던진다.

중국이 지난 7월 저우융캉 처벌을 기정사실화했을 때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도부가 '적당한 선'에서 이번 사건을 덮을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등의 후광을 입고 권력기반을 다져온 인물인데다 벼랑 끝에 내몰릴 경우 정법위 서기를 지내면서 수집해놓은 전·현직 지도부에 관한 불리한 정보를 쥐고 반격을 가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도 나돌았기 때문이다.

보시라이 사건 때처럼 저우융캉 처리를 놓고 권력층에서 격한 논쟁이 벌어졌다는 설도 있다.

따라서 시 주석이 이번에 저우융캉을 완전히 파멸시킬 수 있을 정도의 조사결과를 이끌어 낸 것은 결국 또 하나의 정치적 승리이자 '시황제'로 평가받는 그의 '1인 권력구도'가 한층 공고해지는 결과로 귀결될 것으로 보인다.

◇'반부패 속도전' 예고…제2의 '큰 호랑이'는 누구? = 저우융캉 검찰 송치는 지난 10월 말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발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당시 관련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그의 혐의내용이 워낙에 방대해 조사가 미진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다.

중국 사법부 고위인사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저우융캉 사건에 대해 "여전히 당차원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이 사건을 조사하려면 비교적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시진핑 체제가 새해를 불과 20여 일 남겨둔 시점에서 그에 대한 '유죄선고'를 전격 발표한 것은 저우융캉 처벌에 대한 '속도전'을 시사하는 동시에 내년에도 역시 강력한 반부패 정책이 전개될 것임을 예고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일보(人民日報)는 이날 "저우융캉에 대한 당적박탈은 당기율과 국법 앞에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고강도 반부패 정책이 계속 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결정은 '반부패 반대세력'에 대한 경고메시지로도 해석된다.

최근 중국 내부에서는 시 주석의 전방위적인 반부패 정책에 대해 우려하거나 반대하는 동향도 감지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 부분은 역시 '반부패 칼끝'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지다.

중화권 언론에서는 일찍부터 그의 후견인 역할을 했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자칭린(賈慶林)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등이 다음 표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제기해왔다.

물론 중국의 현 지도부가 전직 최고지도자에게까지 칼을 겨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대세지만, 시 주석이 사실상 '성역'을 건드린 만큼 또 다른 지도자급 인물이 수사망에 걸려들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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