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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가서 잘 살줄 알았는데…" 새벽까지 일하다 '참변'

입력 : 2014.12.04 19:21|수정 : 2014.12.05 08:04


"2년 동안 머나먼 이국에서 홀로 어떻게 지냈을지를 생각하면 너무나 슬프다."

동생의 사망 소식을 전해듣고 베트남에서 한걸음에 제주에 온 웬틴탕(30·베트남)씨는 눈물을 훔치며 말이 없었습니다.

2년 전에 한국에 시집가 잘 살고 있을 것으로 알았던 여동생이 싸늘한 시신이 됐기 때문입니다.

2012년 4월 제주에 시집 온 응언(22·사망)씨는 오빠가 걱정할까 봐 국제결혼 사실을 숨길 정도로 속 깊은 동생이었습니다.

착하고 귀여운 막내 동생이 홀로 먼 이국땅에 가서 살게됐다는 말을 들으면 오빠가 반대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6년전 어머니가 암투병 끝에 돌아가시고 나서 중학교를 중퇴하고 공장일과 식당일을 전전하며 힘들게 살아온 동생은 20세 꽃다운 나이에 한국에 시집왔습니다.

그러나 응언 씨는 결혼 6개월 만에 이혼당했습니다.

사유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이혼한 사실을 숨기고 계속 한국에 남은 응언 씨는 지난 6월 체류허가기간이 만료됐지만 베트남으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15㎡ 조그만 집에 아버지와 언니, 오빠, 조카 등 가족 13명이 살고 있을 정도로 너무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조금이라도 벌어 생활비를 보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식당일은 물론 주점 등에서도 일하며 돈을 벌며 악착같이 살아오다 지난 달 30일 새벽 제주시 연동에서 새벽 어이없는 변을 당했습니다.

주점에서 만난 김모(37)씨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응언 씨를 목졸라 살해한 것입니다.

막내가 한국에서 잘사는 줄로만 알았던 웬틴탕 씨는 뒤늦게야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듣고 지난 3일 부랴부랴 제주에 도착했습니다.

한국에서 아무것도 믿을 수 없었던 웬틴탕 씨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지만 베트남에서부터 한국에 대해 좋지 않은 소문을 들은 터라 서류에 사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베트남 피해여성 가족들이 알지 못하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가 많아서입니다.

그런 그에게 먼저 손을 건넨 것은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들이었습니다.

제주이주민센터를 통해 베트남 출신 결혼이민자들 중심으로 모금활동이 진행됐고 140여만 원이 모였습니다.

또 센터에서 발 벗고 도움을 청한 끝에 적십자에서 500만 원 지원을 약속했고 사건을 맡았던 제주서부경찰서 형사들이 50만 원을 보탰습니다.

제주도에서도 장례절차를 돕기위해 나서 간신히 제주시 양지공원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게 됐습니다.

제주이주민센터 한용길 사무국장은 "베트남 현지 언론이 살해 소식을 전하며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보도를 하고 있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문제가 있다"면서도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상대방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이뤄지는 인신매매적 결혼 행태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다문화가정지원정책은 혼인 유지 가정에게만 집중돼 있고 사별하거나 이혼한 이주여성은 사실상 방치돼 있는 현실"이라며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 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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