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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몸에 밧줄 묶고…한파 속 고공 농성 현장

김지성 기자

입력 : 2014.12.05 09:38|수정 : 2014.12.05 09:38


한파가 엄습했습니다. 며칠 전엔 제법 많은 눈도 내렸습니다. 오늘(5일)은 서울이 영하 9도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문득 30m 높이 전광판에 올라 농성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떠올랐습니다. 잠시라도 밖에 서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운데 이들은 어떨까.

● 몸에 밧줄 묶고…고공농성 24일째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담담했습니다. 케이블방송 씨앤앰의 하청업체 직원 임정균(38) 씨와 해고자 강성덕(35) 씨. 흔히 말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입니다. 이들은 해고된 109명의 복직을 요구하며 지난달 12일 서울 프레스센터 앞에 있는 전광판에 올라갔습니다. 오늘이 24일째입니다.

이들은 몸에 밧줄을 묶고 있다고 했습니다. 바람이 세서 몸을 가누기도 힘들다고 했습니다. 임정균 씨는 '동생' 강성덕 씨에 대한 걱정이 앞섭니다. 몸살이 나서 열이 많이 올라 해열제를 먹이고 있다고, 의사가 두 차례 사다리차를 타고 올라와 검진했는데 면역력이 많이 떨어지고 심장 소리가 좋지 않다고 했다고. 며칠 전에는 강성덕 씨의 부모님이 전광판 아래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리시는 바람에 강 씨도 많이 울었다고 했습니다.

가장 걱정되는 시간은 아침에 동이 틀 때와 저녁에 해가 질 때라고 했습니다. 눈이 와서 치우긴 했는데 이 시간 쯤에는 남아 있는 눈이 얼어 미끄럽다고 했습니다. 어둠이 깔려 바닥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잠은 올라올 때 가지고 온 침낭에서 잔다고 합니다. 비닐을 겹겹이 바닥에 깔지만 차디찬 콘크리트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는 막을 수 없다고 합니다. 세찬 바람에 날아갈까봐 천막 같은 것은 엄두도 못낸다고 합니다.

이들을 가장 괴롭히는 건 전광판 옥상에 설치된 환풍기라고 합니다. 밤새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환풍기에서 찬 바람이 나온다고 합니다. 잠을 거의 못 잔다고 했습니다.

식사는 아래에 있는 동료들이 올려주는 도시락으로 때운다고 합니다. 물도 올려주지만 영하의 날씨에 금세 얼어버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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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에게 부담줄까봐 전화도 안 해요"

얼마 전 사측이 해고된 109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노사간 다툼이 끝날 줄 알았습니다. 전광판에 올랐던 임정균 씨와 강성덕 씨가 이제는 내려올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사측의 제안은 새로운 영업 업체를 신설해 그 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노조는 "그동안 설치와 철거, AS 업무만 해온 기술직 기사들에게 영업을 하라는 제안은 얼토당토않다"고 반발했습니다.

방문판매 업체와 같은 외주 업체 신설로는 간접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사측은 어제(4일) "다른 해결책이 있다"고 노조측에 얘기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공 농성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내려와야만 공개하겠다는 단서를 달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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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균 씨는 동료들에게 전화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 교섭 대표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자신들이 걱정돼서 불성실한 교섭안을 수용할까봐 일부러 교섭 대표들에게는 전화도 안 한다고 했습니다. 임 씨가 기자에게 전한 마지막 말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만도 감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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