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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처리…막판 저강도 '롤러코스터'

입력 : 2014.12.03 04:06|수정 : 2014.12.03 04:06


여야는 2일 12년 만의 법정시한 내 예산안 처리에 이르기까지 온종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당초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던 여야는 막판 쟁점을 조율하느라 세 차례나 본회의 시작 시간을 늦춰야 했다.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가까이 마라톤 주례회동을 통해 이견을 조율하는 사이 본회의 시간은 오후 2시에서 4시로, 4시에서 5시로, 5시에서 6시45분께로 계속 미뤄졌다.

그럼에도 본회의 직전 새정치연합 의원총회에서는 대다수 의원들이 담뱃세 인상 관련법 통과에 강한 반대 의사를 밝혀 처리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새정치연합 백재현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 주호영 정책위의장에게 "담뱃값 인상에 우리당은 절대다수가 반대임. 가결 특별대책 강구하시길"이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돼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야당의 분위기를 감지한 새누리당 지도부가 본회의 시작에 앞서 새정치연합 지도부 자리로 와 협력을 재차 당부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이 "합의를 했으면 지켜야지"라고 하자,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자꾸 여기로 올 게 아니다"라며 가볍게 응수했다.

순조롭게 흘러가던 본회의가 크게 요동친 것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부터였다.

여야 합의로 낸 수정안에 이어 정부 원안까지 부결되자 야당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고, 반대토론을 한 김관영 의원은 문재인 비대위원 등 같은 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는 등 개선장군처럼 환대를 받았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김학용 의원이 "그게 박수칠 일입니까"라며 반응했고, 정의화 국회의장도 "조용히 해달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를 다잡으려 했다.

황우여 이한구 이노근 안홍준 이노근 김용남 의원 등 새누리당 내에서도 상당수 '반란표'가 나온 것이 충격을 더했다.

초반부터 예상치 못한 타격에 담뱃세 인상법 부결 가능성이 점차 짙어지자 여야 원내지도부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가 본회의장 곳곳을 분주히 돌아다니면서 소속 의원 또는 야당 지도부와 긴밀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등 곳곳에서 물밑 접촉이 이뤄졌고, 여당 지도부 내에서는 "담뱃세법이 통과 안 되면 정부 예산을 원안대로 처리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말까지 흘러나왔다.

결국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찾아와 "담뱃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세입이 변경돼 예산안이 성립되지 않는다. 일단 정회해야 한다"라고 제안, 여야가 함께 정 의장에게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정 의장은 오후 7시54분께 담뱃세 관련법인 개별소비세법에 관한 반대토론이 끝나자 30분간 정회를 선언했고,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 또는 비공식 모임을 갖고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정회가 선언되자 새정치연합 강기정 김동철 김상희 의원이 "표결을 앞두고 정회를 하는 게 어디있나"라며 항의하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야당이 합의를 안 지키니까 그런 것"이라고 응수하며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격앙된 분위기에서 30여분 간 비공개 의총을 가진 새누리당은 나머지 예산부수법안 9개를 모두 당론으로 찬성키로 했고, 새정치연합은 원내지도부의 거취를 걸고 소속 의원들에게 찬성을 호소하기도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단속 덕분인지 40여분 뒤 속개된 본회의에서 담뱃세 관련 법안들이 잇따라 가결될 수 있었다.

이날의 대미인 예산안을 놓고서는 야당 의원 4명이 반대 토론하는 동안 여당 의원의 찬성 토론이 1명에 불과하다는 점에 반발한 여당 의원 일부가 조기 퇴장하면서 심상찮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찬성 225명, 반대 28명의 압도적 표차로 본회의 시작 3시간 30여분 만에 예산안이 무사 통과돼 고비를 넘을 수 있었다.

예산안 통과 직후 정 의장은 "비정상의 정치가 정상의 정치로 전환하는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며 "매년 예산이 12월2일 통과되는 전통이 지켜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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