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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장한 남자가 여자 행세하며 4년간 대학생에게 돈 뜯어

입력 : 2014.12.02 16:32|수정 : 2014.12.02 16:32


건장한 남자가 무려 4년간 미모의 여자 행세를 하면서 남자 대학생에게 돈을 뜯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부산 남부경찰서에 따르면 부산의 모 대학 4학년인 A(25)씨는 지난 3월 7일 오전 1시 112에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여자친구가 자살하려고 한다"며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A 씨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연락을 시도했고, '권OO'이라는 이름을 쓴 상대방은 수차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경찰은 A 씨에게 권 씨의 인적사항과 주소 등을 물었지만, A 씨가 아는 것은 22세인 권씨가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미모의 여성이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A 씨는 당시 "2010년 1월 한 인터넷 게임 사이트에서 권 씨를 알게 돼 4년간 전화통화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교제했지만 한 번도 만나지는 못해 주소를 모른다"며 발을 동동 굴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는 사이 권 씨는 경찰관에게 "남자친구에게 장난을 쳤을 뿐이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 왔습니다.

그러나 권 씨의 휴대전화 번호 명의자는 이모(22)씨로 남자였습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은 이 씨를 찾아갔고, 키 175㎝에 몸무게 95㎏가량으로 당시 공익근무요원인 이 씨는 "정OO에게 휴대전화 명의를 빌려줬을 뿐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납치나 감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경찰은 권 씨를 찾으려고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실패했습니다.

권 씨는 이 씨가 인터넷에서 미모의 여자 사진과 음성변조 프로그램을 이용해 만든 가공의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같은 사실을 새까맣게 몰랐던 A 씨는 권 씨 행세를 하면서 "사채 빚 때문에 몸을 팔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등의 어려움을 호소한 이 씨에게 17차례 200만 원을 보냈습니다.

경찰 조사가 이뤄진 지난 8개월 사이에도 A 씨는 "사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의 조언에도 "그럴 리가 없다"면서 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최근 이 씨의 옛 여자친구에게서 "이 씨가 인터넷으로 여자 행세를 하며 장난을 친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씨를 추궁한 끝에 자백을 받아냈다고 밝혔습니다.

A 씨는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한숨만 내쉬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A 씨 외에도 이 씨의 농간으로 처음에 소액의 돈을 보냈다가 계속되는 요구에 관계를 끊은 남성이 있다"면서 "처음에는 수사팀도 권 씨가 실존 인물이 아닌가 헷갈렸다"고 말했습니다.

경찰은 이 씨를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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