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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직구] 평창올림픽, 위기에 빠지다

이은혜

입력 : 2014.12.01 23:49|수정 : 2014.12.0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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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자중지란에 빠진 평창 올림픽?


[아나운서 멘트]
"평창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지 벌써 3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대회까지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준비상황이 여의치 않다죠?"


[기자 멘트]
"네, 올림픽은 11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대형 행사지만 경기장 건설, 비용 부담 등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엔 올림픽 개폐막식장과 관련해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3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개폐막식장 부지로 확정된 장소가 황폐하기까지 합니다.

지구촌의 겨울 축제가 3년 앞으로 다가왔는데 축제의 장이 돼야할 평창은 전쟁터가 됐습니다.


[인터뷰:이준연, 평창 동계올림픽 평창군 집행위원장]
"(올림픽이라는 대회에서) 개, 폐막식장이 진정한 경기 시설이라고 봅니다. 모든 올림픽은 개, 폐막식에서 각 나라에서 오신 관광객들이 혼연일체가 돼서 올림픽을 만끽하고 즐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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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준비는 세 단체가 손발을 맞춰합니다.

중앙정부에서는 문체부, 개최지인 강원도,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조직위원회입니다.

하지만 지난 3년, 부처 간의 갈등과 소통부재로 가장 중요한 개폐막식장 공사는 첫삽도 못 뜨고 있는 현실입니다.

[기자 멘트]
"이 곳은 평창올림픽 개폐막식장으로 결정된 부지입니다. 하지만 설계도도, 예산도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나운서 멘트]
"아직 대회가 3년이나 남았는데 시간상으로는 충분한거 아닌가요?"

[기자 멘트]
"3년이 길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결코 시간이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

올림픽 준비에 시간이 얼마 없다는 것은 누구보다 일선 실무자들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개폐막식장은 대회 1년 전부터 행사를 치러야 하는 장소입니다.


[인터뷰:조규석, 동계올림픽 추진본부장]
"(평창 동계 올림픽 개최까지) 3년 남았다고 하지만 프레올림픽까지 준비하자면 실제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얼마 안 남았다고 생각합니다. (2016년) 12월 말까지는 모든 경기장이 설립되어서 2017년 2월에 테스트 이벤트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럼 정말 급한건데 왜 당장 공사를 시작하지 않는 건가요?"

쉽게 얘기해서 돈 문제입니다.

평창군 횡계리 일대에 지어질 개폐막식장과 올림픽 프라자 등 부대시설 건설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1300억원입니다.

정부와 강원도가 이 비용을 놓고 서로 돈을 덜 내겠다며 싸우고 있습니다.

2013년 7월, 정부는 동계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자 평창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했습니다.

이 법에 따르면 신축경기장은 건설 비용의 75%를 국고에서 지원합니다.

강원도는 이 특별법을 근거로 개폐막식장 역시 75% 국고보조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11월 말에는 강원도의회 의원들이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 건의문을 전달했고, 국고보조 확대가 없으면 올림픽을 반납하겠다는 얘기까지 꺼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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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시성, 강원도 도의회 의장]
"강원도는 현재 상당히 재정이 안 좋습니다. 내년에는 1,200억 기체를 발행해야 하고, 후년에도 1,300억 기체를 발행해야 합니다. 오죽했으면 (올림픽을 반납하자는) 얘기를 했을까…이런 것들을 중앙정부에서 알아달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개폐막식장에 국가보조금을 확대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완강합니다.

[아나운서 멘트]
"아니 가장 중요한 올림픽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곳이 주경기장인데, 왜 이렇게 싸우고만 있는지 모르겠네요."

하계올림픽은 주경기장에서 개,폐막식 외에도 육상이나 축구 등 올림픽의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경기가 열리는 반면 동계올림픽은 개,폐막식장에서는 다른 경기가 열리지 않습니다.

개폐막식장은 경기장이 아니기 때문에 국고보조 대상도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래도 정부는 올림픽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건설비용의 50%를 지원하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개폐막식장 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


[인터뷰:우상일,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관]
"(평창 동계 올림픽) 개, 폐회식장 문제 관련해서 건립 주체 문제, 예산 부담 비율, 이 두 가지 문제가 됐었는데 최근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됐습니다. 당초 목표대로 2016년 10월 정도 (경기장) 완공이 될 거라고 예측을 하고 있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2016년 10월까지 완공 예측이라면 2년이란 시간이 남았는데 충분하지 않나요?"

하지만 평창은 지리적 특성상 겨울철에는 대부분 공사를 할 수 없는 환경입니다.

연중 4개월 이상이 영하로 내려가서 제대로 공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실질적으로 1년 중 8개월밖에 되지 않습니다.

[아나운서 멘트]
"그럼 남은 2년도 정상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공사 기간은 길어야 1년 반밖에 되지 않는 셈이네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평창군민들은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와 강원도, 조직위가 탁상행정에 그쳐, 시간만 버리고 있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인터뷰:이준연, 평창 동계올림픽 평창군 집행위원장]
"(평창 올림픽 관계자들이) 현장에도 한번 와서 현장을 한번 느껴봐야 합니다. 올림픽을 성공 시켜야겠다는 간절한 바람과 열정들이 너무 부족해서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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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평창올림픽, 초심으로


[아나운서 멘트]
"평창이 3수 끝에 어렵게 유치에 성공했는데 정작 준비 분위기는 반대가 됐네요?"

[아나운서 멘트]
"IOC 204개 회원국 중 동하계 올림픽을 모두 유치한 나라가 그리 많지 않잖아요? 정말 대단한 일일텐데요."

[기자 멘트]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8개 나라뿐입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일을 해 놓고도 올림픽 반납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세 단체 모두 심기일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모 포털 사이트입니다. 현재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면 연관검색어로 평창동계올림픽 반납이 나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계 부처들은 자신의 입장만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시성, 강원도 도의회 의장]
"최하 마지노선 12.5%는 우리가 부담할 수 있습니다. 다만 25% 부담하는 것은 좀 어렵습니다."


[인터뷰 녹취본:문체부 관계자]
"조직 위원회가 25% 부담하는데 조직 위원회가 돈이 있습니까? 그거 전부다 국고 보조금입니다. 조직 위원회 이름을 빌린 국가 돈인거죠. 국민들이 이걸 어떻게 보겠습니까. 지역 이기주의에 빠진 한심한 사람들로 보겠죠."


[아나운서 멘트]
"서로 도와가며 진행해도 늦은 시점에 주도권 싸움이라니...너무 하는 거 아닌가요?"

[아나운서 멘트]
"그러게요. 중간에서 조율해야 할 조직위원회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죠?"

현재 개폐막식장 설계는 조직위가 하고 시공은 강원도가 맡기로 되어있는데요.

예산이 결정되지 않아 사실상 조직위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발 벗고 나서도 모자랄 판에 조직위는 현재 강 건너 불구경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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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녹취본:평창올림픽 조직위 관계자]
"잘 되길 바란다는 이런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어요. 우리는 시공 자체에 전체적인 스케줄 상 늦었다고 판단하지는 않아요."


[아나운서 멘트]
"참 어이없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군요. 그렇다면 평창군민들의 생각은 어떤가요?"

지난 2011년 유치 확정 당시 평창군민들은 길거리로 나와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평창군민들의 얼굴엔 그늘만 드리우고 있습니다.


[인터뷰:김재현, 평창군 대관령면]
"너네(강원도)가 알아서 해라. 그런 기사를 본 것 같아요. 이게 무슨 도민체전도 아니고…"


[인터뷰:임왕근, 평창군 대관령면]
"개발을 한다면서 공사하는 것도 눈에 보이지도 않고…"


[인터뷰:김춘선, 평창군 대관령면]
"이제 와서 탁상공론하면 뭐 합니까? 약속대로 원래 계획대로 진행해야죠."


평창올림픽 준비가 늦어질수록 확실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 실패 가능성입니다. 전문가들은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인터뷰: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일을 되게 하자는 게 아니고 서로의 입장만 내세우고, 다투고 대화는 없어요. 일이 되는 방향으로 대화가 이루어져야지 지금과 같은 모습은 (올림픽 준비는 안중에도 없지 않나 싶습니다.)"


[인터뷰:문명용, 강원대 스포츠학부 명예교수]
"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금 방향을 못 잡고 있어요. 길게 남은 게 아니에요. (실질적인 준비기간은) 2년밖에 안 남았어요. 그러면 이건 지금 보통 심각한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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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반납 이야기가 진심이 아니라면, 지금은 평행선을 달릴 때가 아닙니다.

러시아 소치 올림픽은 54조원의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도 이렇다 할 경제효과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평창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부분입니다. 이제 3년 뒤면 전 세계의 이목이 평창에 집중됩니다.


[인터뷰:문명용, 강원대 스포츠학부 명예교수]
"어느 단체에서나 어디 기관에서나 농담 삼아라도 그런 얘기(올림픽 반납)는 나오면 안 되고 이제는 기본 작성한 거에서 보완 수정해서 하나로 일치된 마음으로 가지 않으면 이 대회는 정말 성공적으로 치르기 힘들 것입니다."


올림픽이 실패하면 망신은 모두 함께 당하고, 떨어지는 것은 국가의 신뢰도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3년뿐입니다.

올림픽은 동네잔치가 아닙니다.

[아나운서 멘트]
"정부나 조직위, 강원도 세 조직 모두 올림픽의 성공과 실패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텐데, 다시 한번 초심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겠군요."

[기자 멘트]
"그렇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대립은 피할 수 없겠지만 준비가 늦어지고, 미흡할수록 실패로 인한 손해도 그만큼 커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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