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뉴스 > 국제

러시아 인권운동가들, 북한 이탈 주민 송환협정에 우려 표시

입력 : 2014.11.28 04:25|수정 : 2014.11.28 04:25

러-북 조만간 협정 체결 예상…"강제 송환시 중형 기다려"


러시아의 인권운동가들이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을 준비 중인 불법 체류자 강제 송환 협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러시아 극동 지역 인터넷 통신 '데베로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난민지원 단체 '시민지원' 소장 스베틀라나 간누슈키나와 인권 변호사 등은 지난 25일 모스크바 시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와 북한이 체결하려는 협정이 러시아 내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신변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와 북한이 조만간 서명하려는 '불법 입국자 및 불법 체류자 송환 및 수용에 관한 협정'은 지난 9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의 지시로 마련됐으며 현재 협정 초안이 러시아 정부 사이트에 게재된 상태다.

협정은 '불법 월경이 의심되는 사람이 합당한 서류를 소지하지 않고 있으면 체류국의 승인을 얻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송환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협정에는 또 송환 경비, 관련 서류 작성 등의 상세한 절차가 명시돼 있다.

간누슈키나 소장은 이 같은 협정이 체결되면 러시아 당국이 불법 체류자로 적발한 북한 주민들을 철저한 심사 없이 본국으로 추방하는 근거가 마련될 것이라며 북한으로 강제송환되는 주민들은 노동교화형이나 사형 등의 중형에 처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지 인권 운동가 알렉산드르 포드라비넥은 "협정이 형식상 상호주의에 입각하고 있으나 러시아로부터 북한으로 탈출한 주민은 지금까지 없었기 때문에 사실상 북한인을 러시아에서 추방하기위한 것"이라면서 "북한인들이 1천km가 넘는 러시아-중국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탈출하는 사례가 많다"고 소개했다.

또 러시아에서 파견 노동을 하다 일터를 이탈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불법 체류 북한인들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인권운동가들은 협정 12조에 '해당 협정은 체결 당사국들이 가입하고 있는 다른 국제 조약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러시아가 제네바 난민협약에 따라 북한 주민을 본인 의사에 반해 강제 송환하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 있지만 실제로 이 조항이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법 체류자가 러시아 당국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획득하거나 임시 망명을 허용받으면 강제 송환이 불가능하긴 하지만 이 같은 지위를 획득하기는 아주 어렵다고 덧붙였다.

'시민지원'은 "최근 10년 동안 러시아 이민국에 211명의 북한 이탈 주민이 난민 지위를 신청했고 170명은 망명 신청을 했지만,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사람은 고작 2명뿐이고 임시 망명을 허용받은 사람도 90명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협정이 체결되고 나면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이란 것이 인권운동가들의 주장이다.

1990년대 중반 주한 러시아 대사를 지낸 게오르기 쿠나제 전 외무차관도 현지 일간 '노비예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는 나라(러시아)에서 이런 협정이 준비되고 있다는 것이 아주 놀랍다"고 비판적 견해를 밝혔다.

(연합뉴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