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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곁 떠나라니"…강원 초등돌봄 150명 해고 위기

입력 : 2014.11.27 15:12|수정 : 2014.11.27 17:28


지난 2005년부터 초등학교 돌봄전담사로 일해온 54살 최 모 씨.

비정규직인 그는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면서도 언젠가는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꿈을 놓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무기 계약직이 되기는커녕 내년부터 정든 아이들과 학교 곁을 떠나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최 씨는 "경력이 쌓이면 무기계약이 되는 줄 알았는데 예산 문제로 갑자기 전원 해고가 된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면서 "긴 장래를 보고 해야 하는 교육정책이 어떻게 1년 단위로 생겼다가 없어질 수 있느냐"고 실망감을 드러냈습니다.

전국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강원지부에 따르면 최 씨처럼 해고 위기를 맞은 도내 초등돌봄 전담인력은 150명에 이릅니다.

강원도교육청이 지원하는 초등 돌봄전담 인력 450명 가운데 교육감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한 300명을 제외하고는 해고 위기에 놓인 것입니다.

원주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초등학교 돌봄 전담인력들은 오늘(27일) 도교육청을 찾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줄 것을 촉구하고, 민병희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이들은 "올해 지방선거에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 우리의 고용이 보장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교육감 당선증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정든 학교를 떠나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항의했습니다.

이어 "위탁업체가 돌봄인력을 고용하는 경우 입회비 20만 원 등을 공제하는 등 사기업 용역업체보다 더 불법적인 행태들이 자행되고 있으나 학교장과 도교육청은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박근혜 정부의 산물인 초등 돌봄교실 확대는 1년이 지나지 않아 상당수의 교실이 폐지될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 돌봄교실이 폐지되면 아이들은 다시 학원이나 학교 운동장, 아무도 없는 썰렁한 집을 배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도교육청은 내년에 초등돌봄 전담인력 가운데 50명을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예산 부족이라는 이유로 최근 자체 인력관리심의위원회에서 부결시켰습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초등돌봄 전담인력을 내년에 어떤 형태로 운영할지에 대한 정부의 발표가 나오지는 않아 확정하지는 못했으나 예산이 줄어 올해처럼 운영하기는 어렵다"면서 "학교당 1명 정도의 돌봄전담 인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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