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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거슨 시위 미 전역 확산…주방위군 추가투입 긴장고조

최고운 기자

입력 : 2014.11.26 14:14|수정 : 2014.11.26 14:14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총으로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한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으로 촉발된 미국 미주리 주 퍼거슨 시의 소요 사태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퍼거슨 시는 물론 수도 워싱턴DC와 경제 중심지 뉴욕, 서부 최북단 시애틀 시에서부터 남부 최남단 마이애미 시에 이르기까지 대배심의 결정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동시 다발적으로 열리는 상황입니다.

시위대는 전날과 마찬가지로 퍼거슨 시 주요 거리를 따라 밤샘 시위를 벌였습니다.

시위대는 윌슨 경관의 기소를 주장하는 피켓과 펼침막을 들고 퍼거슨 시내 일대를 행진하며 대배심의 부당한 결정에 항의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 간에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시위가 격화되면 자정을 전후로 충돌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법원에 진입해 '윌슨 경관을 기소하지 않았으니 우리는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이 공개된 뒤 약탈과 방화로 아수라장이 된 퍼거슨 시의 참상은 아침에 되면서 속속 드러났습니다.

CNN 방송과 AP 통신 등 미 언론은 불기소 결정에 흥분한 시위대의 방화로 퍼거슨 시내 건물 최소 12채가 모두 탔다고 보도했습니다.

가게 문을 뜯고 들어가 물건을 훔친 일부 군중 탓에 전 재산을 날렸다는 주류 판매점과 미용 용품 관련 상점 주인이 속출했습니다.

치안을 책임지는 미주리 주 고속도로 순찰대는 밤사이 절도와 무단침입 혐의로 퍼거슨 시와 세인트루이스 시에서 82명을 체포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다친 18명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이 중 1명은 총상을 입었습니다.

혼란스런 상황이 계속되자 닉선 미주리주지사는 일부 시위대의 범죄 행위가 퍼거슨 시에 테러를 저질렀다며 주 방위군을 추가 투입했습니다.

주 방위군은 퍼거슨 시의 주요 건물을 방어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퍼거슨 시 이외에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해 미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서 집회를 연 데 이어 경찰청 앞, 시의회 앞 프리덤 광장, 마운트 버논 광장 등지에서 규탄집회를 열었습니다.

뉴욕의 중심지인 맨해튼에서도 이틀째 평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뉴욕에서는 지난 7월 경찰의 목조르기 때문에 에릭 가너가 사망한 데 이어 지난주에도 경찰의 총격으로 아케이 걸리가 숨지는 등 두 건의 흑인 사망 사건이 있었던 탓에 다른 지역보다 감정이 격앙된 분위기였습니다.

맨해튼 유니온스퀘어에 모인 1천여 명의 시위대는 '살인자 경찰들을 감옥으로 보내라', '퍼거슨에 정의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습니다.

흑인 밀집 거주 지역인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도심에서도 이틀째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이곳에서는 전날 퍼거슨 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부 시위대가 스타벅스 커피점과 편의점에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애틀, 애틀랜타, 볼티모어, 필라델피아, 휴스턴, 댈러스, 뉴어크 등 다른 미국 주요 도시에서도 퍼거슨 대배심의 불기소 결정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대중의 눈을 피해 잠행을 거듭하던 윌슨 경관은 처음으로 언론 인터뷰에 출연했습니다.

윌슨 경관은 브라운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백인이었더라도 똑같이 대응했을 것"이라며 자신은 행동은 인종차별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정당방위 차원이었음을 주장했습니다.

함께 몸싸움을 벌이던 브라운을 제지하고자 정당방위 차원에서 발포했다는 주장을 강조한 것입니다.

윌슨의 변호인은 성명을 내고 윌슨과 그의 가족이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지지자들에게 고마움을 건네고 싶어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브라운의 유족은 처음부터 대배심의 조사는 공정하지 못했다며 부당한 결과를 이끈 대배심과 조사에 참여한 로버트 매컬러크 검사를 비난했습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1라운드에서 졌을 뿐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이 문제를 미국 사회 전체의 이슈로 끌고 가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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