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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만에 진보당 해산 놓고 맞선 황교안-이정희

입력 : 2014.11.25 18:04|수정 : 2014.11.25 18:04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각각 행정부처와 야당의 수장이기에 앞서 법률가인 이들이 헌정 사상 초유의 정당해산 심판 사건을 놓고 또다시 격돌했다.

지난 1월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1차 변론기일에 출석, 각각 정부와 진보당 측 입장을 대변한 두 사람은 25일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18차(최종) 공개변론에도 나란히 참석해 헌법재판관들을 설득하기 위한 양측의 마지막 진술을 책임졌다.

◇ 황교안 "진보당 해산, 자유와 번영 vs 폭압과 굶주림의 갈림길" = 먼저 포문을 연 황교안 장관이 진보당 해산의 불가피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황 장관은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민주주의', '민중주권주의'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정당의 탈을 쓰고 활동하고 있다"며 진술을 시작했다.

황 장관은 진보당을 '주사파 지하조직에서 출발한 헌법 파괴 세력이 정당 조직을 장악해 마침내 만든 '북한 추종세력의 본거지'로 규정했다.

그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실제로 추구하는 것은 용공정부 수립과 연방제 통일을 통한 '북한식 사회주의'의 실현"이라며 "정당의 설립과 활동의 자유는 대한민국의 헌법가치를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보장되는 것인데 진보당은 목적과 조직, 활동 가운데 그 어느 것도 민주적 모습과 거리가 먼 반헌법적인 조직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강한 어조로 진보당이 대한민국을 내부에서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라며 진술을 이어갔다.

황 장관은 "비례대표 부정경선으로 국회의원직을 차지하고 국회의사당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정당, 간첩으로 처벌받은 자를 핵심간부로 세우고 북한 3대 세습 독재에 눈을 감는 정당, 해산위기에 직면한 당대회에서조차 태극기와 애국가를 끝내 거부하는 정당이 진보당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황 장관은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제궤의혈(堤潰蟻穴)'이란 고사성어를 인용한 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정당이 해산하느냐 마느냐의 차원을 넘어 후손들에게 자유와 번영의 미래를 물려줄 것인지, 아니면 억압과 굶주림의 고통을 짊어지게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며 "'자유 대한'의 염원을 담은 헌재 결정이 내려지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 이정희 "북한 지령·혁명론 없었다…추측만으로 정당해산 안돼" = 진보당 측에서는 이정희 대표가 직접 변론에 나서 황 장관의 진술에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당 정책위원장과 대표로 일했지만 당의 토론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나 식민지반자본주의론 등 그 어떤 혁명이론도 주제가 된 일이 없다"면서 "정부는 민노당과 진보당이 낸 법안과 공약 그 어느 것도 위헌이라고 하지 못하면서 당이 정립하지도 않은 혁명론에 의해 위헌정당이라고 근거없이 단정하느냐"고 되물었다.

이 대표는 "북으로부터의 지령을 실현시키라는 지시를 받은 바 없고 진보당이 일부 민혁당 잔존세력에 조종되는 정당이라는 정부 주장도 사실과 전혀 다르다"면서 "진보당이 연방제 통일을 이루고 나면 북한식 사회주의를 채택할 것이라는 정부 주장도 근거없는 추측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 측이 계속 문제 제기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연원도 북한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이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누가 그 말을 썼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과 의정원으로 확인된다는 사료와 현대사 연구자의 증언이 증거로 제출돼 있다"면서 "정부는 대한민국임시정부마저 김일성의 사주를 받은 집단으로 매도하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와 일부 보수언론의 '종북 딱지붙이기'에 대한 반박도 내놨다.

이 대표는 "당을 대표해 한반도에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 모두 비판했고 남과 북, 미국에 중단을 요청했다"면서 "2013년 4월 전쟁 위기 시에도 일관되게 북의 미사일 발사 중단과 한미 군사훈련을 요구했다"며 종북 논란을 일축했다.

그는 "진보당을 지지하는 국민은 아직은 소수이지만 진보당이 강제 해산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들도 소수일 것"이라며 "정치적 의견의 차이를 적대행위로 몰아붙이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임을 국민들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진보당 해산청구는 진보당에 투표하면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기를 바랐던 노동자와 농민, 서민들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투표 권리를 완전히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해산 결정이 진보당을 통해 실현돼 온 국민 각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된다는 점을 재판관들께서 신중히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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