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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점포창업 불공정계약 피해…법원 "본사가 배상"

입력 : 2014.11.23 12:09|수정 : 2014.11.23 12:09


소자본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에 무점포 창업을 했다가 피해를 본 점주가 불공정 계약을 이유로 소송을 내 본사로부터 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같은 업체로부터 유사한 피해를 본 점주들이 더 있어 관련 소송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23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소액32단독 홍성만 판사는 식품 도매업체인 미래에프엔씨산업 본사를 상대로 점주 김모(49)씨가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7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대구에서 본사와 '아이스 미니 도넛'을 취급하는 무점포 총판점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김씨는 본사로부터 공급받은 도넛을 본사가 연결해준 위탁 판매점에 다시 공급해 판매 수익을 챙기게 돼 있었다.

본사는 김씨에게 이 도넛이 유사 제품이 없는 신제품이며, 창업하면 위탁 판매점 20곳을 연결해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실상은 이미 2012년 비슷한 제품이 출시돼 판매 중이었고, 본사 직원 한 명이 불과 하루 만에 판매점 20곳을 섭외해 점포당 10여개 도넛을 깔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게다가 본사가 연결해준 위탁 판매점은 대부분 문구점이나 분식집 등 도넛을 팔기에 부적절한 곳이었으며 제품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아 매출이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위탁 판매점이 판매를 다 한 뒤 대금을 정산받게 돼 있었던 탓에 매출이 없는 한 수익을 낼 수 없었다.

계약상 본사에 안 팔린 도넛에 대해 환불받을 수도 없었다.

본사 역시 생산자에게서 도넛을 개당 1천180원에 사들인 뒤 김씨에게 개당 1천100원에 넘겨 손해를 보는 비정상적인 구조로 거래한 것으로 드러났다.

초기 가맹비와 물품 대금을 챙기고 나면 거래를 지속하려는 뜻이 없었던 셈이다.

김씨는 도넛 가격을 낮추는 등 매출을 올리려 갖은 노력을 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고, 결국 1천400여만원을 투자했다가 고작 86만원만 남긴 채 4개월 만에 폐업했다.

홍 판사는 "물품을 넘기는 과정에서 대금 전액을 받은 본사와 달리 김씨는 판매 부진, 판매 지연에 따른 변질과 같은 위험부담을 전적으로 떠안았다"면서 "이 거래는 총판점 형식을 빙자한 대량매매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와 김씨 사이의 거래는 갈수록 손해가 누적돼 영속적일 수 없는 구조상 문제점이 있었다"며 "김씨가 속아서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본사에 일부 원상회복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무점포 창업은 소자본으로 할 수 있어 관심을 갖는 사업자가 많지만 불공정 계약이 만연하고 실제보다 성공 사례가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5월 즉석가공식품류 등을 공급하는 회사가 무점포 총판점 개설에 사용하는 약관 중 총판점에 불리하게 작성된 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

시정 대상인 5개 사업자에는 미래에프엔씨산업도 포함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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