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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취미의 방’ 오타쿠들의 유쾌한 반전

강경윤 기자

입력 : 2014.11.21 09:51|수정 : 2014.11.21 09:51


프라모델을 만들거나 퍼즐에 몰두하는 등 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들을 ‘오타쿠’라고 부른다. 오타쿠에는 사교성이 결여됐다는 뜻도 있지만, 연극 ‘연극열전5-취미의 방’ 속 오타쿠들의 모습은 궁극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개인의 모습이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와 반갑다.

‘취미의 방’에는 네 명의 성인 남자들이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서 방에 모이면서 시작된다. 특이한 재료로 요리하기, 고서(古書) 수집, 프라모델 만들기, 퍼즐 맞추기 등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각자의 취미를 즐기기 위해 제법 나이 든 네 명의 남자들이 모여 있다.

어느 날 멤버 중 한명이 실종됐다는 소식과 함께, 이 사건을 조사하던 중 네 명의 남자가 모두 2년 전 어느 살인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조금씩 긴장감을 더해간다.

연극 ‘키사라기 미키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고사와 료타 작가의 신작인 ‘취미의 방’의 이번 대학로 공연은 지난 2012년 일본 초연 이후 국내 처음 공개됐다. 김관 연출이 진두지휘하며, 대사와 어투만 바뀌었을 뿐 일본 공연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연극에 일본풍이 난다.

‘취미의 방’에서는 저마다 알리바이를 하나씩 꺼내놓는 네 남자의 주장들이 순차적으로 나오며, 갈등과 봉합의 과정이 반복된다. 하지만 기존의 스릴러 형태의 연극은 아니다. 연극은 시종 인물들에 비쳐진 유쾌한 시선을 고수하며, 취미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인간의 순진한 속살을 보여준다.

대작 뮤지컬 무대에 주로 섰던 서범석과 개그맨에서 연기자로 변신한 김진수가 주인공 야마노 노부치카 역을 맡았으며, 프라모델을 애지중지하는 반전매력 카네다 노보루 역에는 남문철과 최진석이, 바람둥이 영업사원 미즈사와 아키오 역에는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 김늘메와 최대철이 더블 캐스팅 됐다.

치열한 일상과의 단절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취미의 방’은 엉뚱한 블랙 코미디로 버무려서 반전과 반전을 이어나가면서 복잡한 고민을 최대한 멀리 두게 한다. 마치 이 극장이라는 공간은 새로운 사건만을 추적하는 또 다른 취미의 방으로 만든 듯 높은 몰입도를 이끌어내는 게 이 연극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일주, 안재영, 박민정, 백은혜 등 연극계 젊은 피의 연기를 지켜보는 재미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취미의 방’은 지난 15일 개막해 내년 1월 18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 무대에 오른다.

(SBS 통합온라인뉴스센터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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