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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중의원 해산 뒷얘기…'증세론' 물리치고 정지작업

입력 : 2014.11.19 09:03|수정 : 2014.11.19 09:03

재무성 낙심…'선거로 판세 재정비' 구상에 맞물린 증세 연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소비세 재인상이 필요하다는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견을 극구 물리치고 국회를 해산한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때마침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 등 경기 악화가 아베 총리의 결정에 힘을 실었으나 여기에는 더 늦기 전에 선거로 판세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19일 아사히(朝日)신문과 요미우리(讀賣)신문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달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참석 등을 위한 국외 순방에 나서기 전부터 중의원 해산을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다.

아베 총리는 증세 보류와 재선거를 결합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우선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간사장 설득에 나섰다.

그는 앞서 민주당 정권 시절 자민당 총재로서 소비세 10% 인상 구상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의 구상을 들은 다니카키 간사장은 "해산에는 대의명분이 필요하며 총리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 정치생명을 걸고 국민의 신의를 묻겠다는 불타는 결의가 없으면 안 된다"고 신중론을 폈으나 결국에는 "그래도 (해산)하고 싶다면 그것도 선택지의 하나"라고 뜻을 굽혔다.

일본 은행이 지난달 31일 대규모 금융완화를 단행하자 소비세율 인상을 위한 환경 조성으로 받아들이며 증세를 낙관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 등 증세 추진파도 아베 총리와의 담판에서 밀렸다.

아베 총리는 이달 5일 아소 부총리에게 (소비세를 예정대로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한)"경제 대책 대거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며 증세 연기를 시사했다.

마음이 급해진 아소 부총리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회의에서 돌아오는 길에 예정을 변경해 아베 총리와 함께 정부 전용기에 탑승해 설득을 시도했다.

그러나 전용기 이륙 1시간 후 실질 GDP가 2분기 연속 감소했다는 보고가 전달되며 증세 연기와 중의원 해산으로 결론이 났다.

아베 총리는 대신 2017년에는 조건 없이 증세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그간 승세와 복지 정책이 불가분의 관계라는 점을 총리관저 측에 누가 강조해 온 재무성이 소비세 인상 보류 결정에 패배감에 휩싸였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증세 판단을 위해 5차례에 걸쳐 열었던 '점검 회의'에 참석한 전문가와 각계 대표 45명 중 31명이 증세에 찬성 의견을 밝히는 등 증세 찬성론은 알려진 것보다 강했다.

이 때문에 증세 연기를 결정한 것은 순수히 경제 정책 차원의 판단으로 볼 수 없고 일반 유권자가 당장 꺼릴만한 결정을 미뤄 표심을 얻으려는 계획과 맞물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18일 중의원 해산을 발표하며 소비세 등에 관련된 결정이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투표로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애초 소비세 인상을 규정한 법에 경기를 고려하도록 한 부칙이 있기 때문에 선거까지 치르지 않고 이를 근거로 연기할 수 있고 아베 총리의 설명은 핑계라는 지적도 있다.

증세파와 아베 총리의 이런 줄다리기는 아베노믹스(아베 내각의 경제정책)가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각료 낙마 등으로 정치공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재선거해야 한다는 판단이 증세에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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