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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출제오류 반복…악순환 끊을 해법 없나

입력 : 2014.11.18 17:43|수정 : 2014.11.18 17:43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오류가 반복되는 이유는 뭘까.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문제의 출제오류가 법원에서 인정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뒤 교육당국은 '두 번 실수는 없다'는 듯 검토 시스템을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설마'는 올해 또다시 현실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실수'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풀이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출제와 검증의 완전한 분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지금도 출제위원과 검토위원은 분리돼 있다.

현재 수능은 출제위원이 낸 문제를 검토위원과 타 과목 출제진이 수차례 검토하는 방식이다.

출제위원은 다수가 대학교수이고, 검토위원은 고교 교사들이 많다.

그러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단일 체제에서 이런 식의 검토는 문제점과 오류를 걸러내는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렵다.

검토위원이 문제 검증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제기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큰 구조 때문이다.

우선 현재 특정 과목 내에서 출제진과 검토진은 사제 관계나 대학 선후배, 학계 인맥으로 얽혀 있다.

가급적 특정 학교 출신이 몰리는 것을 배제하려고 하지만 좁은 학계 바닥에서 개선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현장 교사가 자존심이 센 출제 교수한테 대면해서 문제를 제기하기가 꺼려지는 측면도 있다.

수능 검토위원을 해본 한 교사는 "직접 얼굴을 보고 이의를 말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검증은 전적으로 비공개·서면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과목 출제진이 문제를 검토하는 것도 전문성 차원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출제와 검토를 모두 평가원이 책임지고 하는 시스템 자체가 본질적으로 출제 오류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단순히 인적 분리가 아닌 책임 기관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평가원은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운영되면서도 총리실 산하로 돼 있어 교육부의 지도·감독도 받지 않는다.

교육부 감사도 받지 않는 평가원이 출제와 검토를 도맡아 하며 대책도 없이 질주하는 격이다.

수능 자체가 이미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국가시험이지만 이런 식의 출제오류는 시스템상 완전히 해소하기 어렵고 개선된다고 해도 한계가 있는 만큼 입시에서 수능 자체의 역할을 대폭 줄이거나 아예 자격고사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수능이 논리력과 통합적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나 사실상 암기 위주로 변질된 만큼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능을 절대평가화해 자격고사 시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10년도 넘었지만, 세계지리 사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가 커졌다.

더욱이 양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모두 수능의 자격고사화를 근본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어 향후 교육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18일 "현재 시스템에서 오류가 나오지 않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최선의 해법은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낮추는 일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능을 합격과 불합격만 가리는 자격고사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수능을 자격고사화할 경우 대학 측이 변별력을 위해 사실상 본고사를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

하 대변인은 "국공립대 통합 전형 등 대학 서열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제도를 동시에 시행해야 자격고사화가 무력화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도 더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문항 오류 논란이 수습되면 출제 검토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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