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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족 4만명, 두바이왕족 사냥구역 위해 쫓겨날 판

입력 : 2014.11.17 11:42|수정 : 2014.11.17 12:20


탄자니아 정부가 두바이 왕족의 사냥 구역 조성을 위해 마사이족 4만명에게 올 연말까지 퇴거하라는 명령을 내려 비난을 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정부의 퇴거 명령이 내려지자 마사이족 대표들은 미젠고 핀다 총리를 만나 정부의 토지 매각 계획에 강력 항의할 예정입니다.

마사이족은 가축 방목에 중요한 이 토지가 매각될 경우 마사이족이 대대로 물려받은 토지를 강탈당할 뿐 아니라 마사이족 8만명의 생계에도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탄자니아 정부는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접한 로리온도 지역의 1천500㎢ 구역에 아랍에미리트 소재 사냥 및 사파리 관광업체 OBC가 접근할 수 있는 '야생 동물 이동통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국내외의 거센 반발이 일자 이 제의를 철회했던 탄자니아 정부는 이번에는 지난해와 달리 직접 보상 대신 사회·경제적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10억 탄자니아 실링(약 6억 3천만원)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하고 있지만, 마사이족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지 민간단체인 응고네티의 책임자 샘웰 난기리아는 "배신감을 느낀다. 10억 실링이란 돈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면서 "마사이족의 조상들이 묻힌 땅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난기리아는 이어 탄자니아 정부는 진정으로 토지 매각 계획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면서 언론의 관심을 피하려고 야생동물 통로 설치 계획을 포기한 척 했을 뿐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난기리아는 또 두바이 왕가와 가까운 아랍에미리트 관리가 세운 호화 사냥·사파리 관광업체인 OBC와 직접 접촉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로리온도 지역에서 20여년간 영업을 해온 이 업체는 영국의 앤드루 왕자 등을 고객으로 두고 있습니다.

난기리아는 또 지난 2년간 사냥 구역 설치에 반대하는 행동가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당했다면서 자신도 협박 전화와 문자 메시지 등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또 마사이족 대표들이 협상에 참여하는 것은 핀다 총리와의 만남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이 협상이 실패하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 다른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탄자니아 정부의 사냥 보호 구역 설치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 계획에 반대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벌어져 170만명이 서명에 동참하고 이메일과 트위터 등을 통한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당시 반대운동을 주도한 사이트 Avaaz.org의 책임자인 알렉스 윌크스는 "모든 관광 포스터에서 마사이족이 노려보는데도 탄자니아 정부는 외국 왕족이 마사이족의 터전에서 코끼리를 사냥할 수 있도록 마사이족을 몰아내길 바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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