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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웅산 수치 '조심행보'에 인권운동가 실망"

입력 : 2014.11.14 06:24|수정 : 2014.11.14 06:24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정치 활동을 본격화한 뒤 인권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지지자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NYT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수치 여사의 회동을 하루 앞둔 13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수치 여사를 비판하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NYT는 비판론자들의 지적을 인용해 수치 여사가 2010년 11월 가택연금에서 벗어난 지 4년이 흘렀지만, 줄곧 미얀마의 주요 이슈에 정면 대응하는 데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특히 2012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하원의원이 된 뒤 민족·종교분쟁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데 소극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분쟁 지역인 미얀마 카친 주(州)에서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상했지만 '양쪽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비켜갔다는 것이다.

또 수치 여사가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탄압을 비판하지 않은 점, 나아가 "폭력이란 양쪽 모두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 점도 도마 위에 올렸다.

미얀마 라카인 주에서는 2012년부터 이슬람교도인 소수민족 로힝야족과 불교도 사이에 종교·종족 갈등으로 200여 명이 숨지고 14만여 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폭력의 책임을 불교도에게 돌리는 인권운동가들은 수치 여사의 이 같은 발언이 '인권수호자'의 입장에서 퇴보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수치 여사의 지지자들은 정부는 여전히 군부의 지배를 받고 있음을 내세우며, 수치 여사가 척박한 정치 환경에서도 잘 싸워나가는 것이라고 옹호했다.

그러나 그에게 실망한 또다른 지지자들은 그녀의 '침묵'이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구심을 강하게 갖고 있다.

NYT는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수치 여사가 오랜 우정을 쌓아온 2명의 여성 측근으로부터 조언을 받는데, 이 중 한 명의 남편은 2012년까지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던 영향력 있는 기업인이고, 또다른 한 명은 로힝야족과 대립하는 종족 출신의 의사라고 전했다.

수치 여사의 스탠스가 중시되는 것은, 2015년 미얀마 총선과 대선 후 그녀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 때문이다.

NYT는 그녀가 여전히 국민적 영웅인데다, '실망한 지지자'들 조차 2015년 대선 출마 때 그녀를 지지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치 여사는 대선 도전이 유력시되지만, 가족 중 외국 국적자가 있으면 대선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 조항 때문에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영국인 학자와 결혼했던 수치 여사는 영국 국적 아들 두 명을 두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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