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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2100년, 꽃가루 두 배 늘어난다

안영인 기자

입력 : 2014.11.13 15:23|수정 : 2014.11.13 15:23


콧물에 재채기, 코막힘까지, 1년에 봄과 가을 두 차례 찾아오는 환절기가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많다. 알레르기 환자들이다. 세계알레르기협회(World Allergy Organization) 백서를 보면, 세계적으로 수억 명이 알레르기 비염을 갖고 있다. 3억 명은 알레르기 천식을 앓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피할 수도 있는 천식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매년 25만 명이나 된다(Canonica et al, 2011).
 
환절기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물질은 바로 꽃가루다. 봄철에는 나무 꽃가루가 많고 가을철에는 잡초 꽃가루가 많다. 이런 꽃가루에 대해 일반인의 20% 정도, 아토피 환자의 경우는 40% 정도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오염물질인 지상 오존이 계속해서 늘어날 경우 2,100년쯤에는 꽃가루가 지금보다 얼마나 더 늘어날까?
 
미국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 대학 공동연구팀이 벼과에 속하는 다년생 잡초인 큰조아재비[Timothy grass, Phleum pratense]를 현재와 2100년에 예상되는 기후와 동일한 상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커다란 용기에서 키우면서 꽃가루를 직접 세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했다(사진 참고, 자료: 매사추세츠 대학). 이산화탄소와 오존의 농도는 씨를 뿌릴 때부터 꽃망울을 터뜨릴 때까지 일정하게 유지했다.
 취파실험은 현재와 2100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지상 오존 예상 농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4가지를 진행했다.
 
(실험 1)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400ppm), 현재 오존 농도(30ppb)
(실험 2)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400ppm), 2100년 오존 농도(80ppb)
(실험 3)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800ppm), 현재 오존 농도(30ppb)
(실험 4) 2100년 이산화탄소 농도(800ppm), 2100년 오존 농도(80ppb)
 
실험 결과 오존 농도가 현재와 같은 수준에 머물면서 이산화탄소가 두 배로 늘어날 경우(실험 3) 꽃가루는 현재보다 202%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중 이산화탄소가 늘어날 경우 광합성이 활발해지면서 잡초가 더 잘 자라고 꽃도 더 많이 피고 하나의 꽃에서 더 많은 꽃가루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증가와 함께 오존이 동시에 증가하더라도(실험 4) 꽃가루가 현재보다 165%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오존이 식물의 생장을 억제해 이산화탄소 증가로 늘어날 수 있는 꽃가루를 일부 상쇄하기는 하지만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꽃가루가 급격하게 늘어난다는 뜻이다.
 
문제는 단순히 꽃가루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연구팀이 각각의 실험에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단백질(Phl 5 allergen)을 조사한 결과 오존 농도는 변화 없이 이산화탄소만 두 배로 늘어날 경우(실험 3) 항원 단백질이 190%나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물질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기 중 오존이 두 배 이상 증가해 식물의 생장을 억제하는 경우에도(실험 4) 항원 단백질은 47%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꽃가루만 생각할 경우 지상 오존은 식물의 생장을 억제해 꽃가루 발생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지상 오존이 늘어나는 것을 반길 수는 없다. 오존 자체가 코나 기관지 점막을 자극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눈에도 문제를 일으키는 오염물질이기 때문이다. 결국 앞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는 한 급증하는 꽃가루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알레르기 환자가 크게 늘어날 뿐 아니라 이들에게 꽃가루가 늘어나는 봄철과 가을철은 더욱 더 혹독한 계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참고문헌>
 
* Albertine, J., W. Manning, M. DaCosta, K. Stinson, M. Muilenberg and C. Rogers, 2014: Projected Carbon Dioxide to Increase Grass Pollen and Allergen Exposure Despite Higher Ozone Levels. PLoS ONE 9, DOI:10.1371/journal.pone.0111712.
* G. Canonica, S. Holgate and R. Lockey, 2011: World Allergy Organization white book on Allergy 2011-2012: Executive Summary. World Allergy Organiz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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