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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입 '뇌물액'도 올라…"김일성대 입학 5천 달러"

입력 : 2014.11.13 11:10|수정 : 2014.11.13 11:13


북한에서는 성적이 낮은 학생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을까? 남한과 마찬가지로 기부입학제도가 없는 북한이지만 뇌물이라는 수단을 통해 성적이 안 되는 학생도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것이 북한의 현실입니다.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입 '뇌물 액수'도 많이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3일(현지시간 ) 대북 무역상을 인용해 "김일성종합대학과 평양외국어대학 같은 곳에 입학하려면 최소 미화 4천∼5천 달러가 있어야 한다"라며 "이 액수는 3년 전보다 20% 오른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1990년대 후반 김일성대에 입학한 탈북자 A씨는 "내가 입학할 당시 경제학부와 같은 사회학부 계열은 최고 1천 달러, 자연과학부 계열은 보통 200달러 정도 내면 성적이 낮아도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15년 남짓한 기간에 김일성대 뇌물 액수가 5배가량 오른 셈입니다.

대학 졸업 후 관광안내원 등으로 배치받을 수 있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은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관광봉사학부의 경우 입학 뇌물은 3천 달러 정도이며 상류층 속에서 여전히 인기가 많은 김일성대 부속 평양의학대학은 밴 종류의 차량을 1대 바치면 얼마든지 입학할 수 있다고 RFA가 전했습니다.

평양에 있는 명문대뿐 아니라 지방대학의 뇌물 액수도 잇따라 상승했습니다.

RFA는 황해북도 사리원농업대학의 경우 최소 300달러, 많게는 800달러의 뇌물을 주면 입학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의 입시제도는 우리의 수능과 비슷한 대학 예비고사를 치른 후 이 성적 순위에 따라 대학에 추천을 받아 해당 대학에서 본고사를 치르는 2단계로 돼 있습니다.

대학 입시과정에 뇌물을 주고받는 관행은 1980년대 말부터 나타났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는 뇌물의 종류가 냉장고, 자전거, 고급 옷감, 일제 시계 등 주로 고가의 물건에 국한됐습니다.

당시에는 뇌물 행위가 대학 추천을 받는 단계에서 주로 이뤄졌습니다.

예비고사 성적이 낮은 학생의 부모가 각 도·시·군·구역 인민위원회에 소속된 대학모집지도원(대학 추천 담당자)의 집에 몰래 찾아가 뇌물을 주고 예비고사 성적을 조작해 원하는 대학을 추천받는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뇌물의 종류는 현금과 즉시에 바꿀 수 있는 고급담배를 거쳐 1990년대 말부터는 외화(주로 달러)로 진화했고, 본고사 과정에서 뇌물행위가 더욱 성행했습니다.

2012년 평양의 한 대학을 졸업한 탈북자 B씨는 "뇌물이 없으면 대학 간부들의 생활이 유지될 수 없다"라며 "북한의 다른 부패현상과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과정에서의 뇌물행위를 근절하는 것은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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