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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능 한파 시작…입시 한파의 실체

공항진 기자

입력 : 2014.11.12 14:31|수정 : 2014.11.12 14:32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추위가 시작됐습니다. 바람의 세기와 공기의 차갑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이야기하는 수능한파가 몰려온 것입니다. 무엇보다 수험생들이 제일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긴장상태가 최고조로 높은 상태인데 날씨까지 추우면 집중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올 수능 정말 춥습니다. 일단 수능일 아침에 기온이 얼마까지 떨어지나 알아보겠습니다. 기상청은 수능일인 내일(13, 목) 아침 서울의 기온이 영하 2도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올 가을 최저기온인데 중부 내륙 기온은 더 떨어집니다. 철원은 영하 7도가 예상되고 있고, 춘천은 영하 5도까지 기온이 내려가겠다는 예보입니다.
 
충청지방도 대부분 영하권입니다. 대전의 최저기온은 영하 1도까지 내려가겠고 충주는 영하 5도, 세종시는 영하 4도가 예보되어 있습니다. 이쯤 되면 가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기온도 기온이지만 바람이 더 큰 문제인데요. 찬바람이 매섭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남부지방도 수능한파의 공격을 피해가기 어렵겠는데요. 대구의 기온은 0도까지 떨어지겠고, 광주의 기온은 영상 2도에 머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체감온도가 영하권인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내려간 것은 마치 겨울철처럼 발달한 고기압이 우리나라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주 북쪽 북위 60도 부근까지 올라가면 상층 5km부근에 영하 50도에 가까운 찬 공기가 있는데 이 찬 공기의 중심에서 우리나라로 찬바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죠. 일기도만 놓고 보면 완연한 초겨울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찬 공기의 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추위가 쉽게 풀리기는 어렵겠는데요. 수능일(13, 목) 오후에도 수능한파가 이어져 중부의 체감온도가 0도 안팎에 머물 가능성이 큽니다. 추위는 주말 오후에나 점차 풀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수능이 이렇게 매서운 추위 속에 치러지니 올해는 수능한파에 이의를 달 수 없지만 매년 이렇게 수능 때마다 추위가 찾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포근한 날씨 속에 수능이 치러졌으니까요.
 
말 나온 김에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자, 아래의 표를 보시죠.취파
 서울의 경우로 한정했지만 최근 10년 동안의 관측치를 보면 서울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해가 2006년 단 한번밖에 없습니다. 대부분 기온이 평년수준을 웃돌았는데 그나마 2010년이 평년보다 기온이 조금 낮았습니다.
 
낮에는 더 포근했는데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낮 최고기온이 10도를 웃돌았습니다. 특히 지난해와 2011년 2008년에는 낮 최고기온이 15도를 웃돌면서 두꺼운 외투를 입은 경우 더운 느낌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니까 올 수능 한파는 기록상으로 볼 때 8년 만에 찾아온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입시한파에 대한 선입관을 지우지 못하는 것일까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심리적인 측면에서 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인생을 결정하는 순간의 떨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추위에 대한 기억으로 탈바꿈한다고나 할까요? 생각해보십시오. 입시 때마다 얼마나 떨었는지를 말입니다.
 
또 입시에 관련된 시험들이 11월에서 2월 사이, 즉 추운 계절에 치러지는 것도 입시추위에 대한 믿음을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런 두 가지만을 고려하더라도 앞으로도 입시추위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은 사라지지 않을 듯합니다.
 
입시한파가 있든 없든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때의 떨림, 그때의 각오를 잊지 않고 그 때처럼 노력한다면 한파가 아니라 빙하기가 와도 거뜬하게 헤쳐 나갈 수 있고, 그런 자신감을 늘 갖고 산다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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