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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 사임 '워터게이트' 특별검사 존 도어 사망

안서현 기자

입력 : 2014.11.12 12:06|수정 : 2014.11.12 12:06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불명예 퇴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특별검사로 활동한 존 도어 변호사가 92세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AP통신과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아들인 버크 도어는 부친이 울혈심부전증으로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고인은 지난 1960년대 미국 법무부에서 민권변호사로 활동하면서 흑인 유권자들의 권리 보호와 남부지역 대학의 흑백통합을 진두지휘한 인물입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행정부 말기 법무부에 합류해 존 F.케네디와 린든 존슨 행정부를 거치면서 법무부 민권국 담당 차관보에 올랐으며, 이때 소수인종의 투표권과 주립대 입학을 제한하던 남부지역의 차별정책 철폐를 주도했습니다.

특히 공화당원인 그는 연방정부를 위해 일하는 동안 민권운동의 절정기에 분수령이 됐던 주요 사건들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지난 1962년 미시시피주립대가 입학을 거부한 흑인 청년 제임스 메레디스를 주 정부와 주민들의 저항을 무릅쓰고 학교로 데려가 사상 첫 흑인 학생으로 등록시켰습니다.

당시 기숙사 학생들은 메리디스와 같은 공간을 사용할 수 없다며 수시로 폭력시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서 2명이 사망했습니다.

지난 1964년에는 흑인 인권운동가 3명이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의 재판에서 수석검사로 활동했습니다.

연방배심이 일부 피고인에게 유죄 평결을 한 이 사건은 지난 1988년 '미시 시피 버닝'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습니다.

이후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정치권이 격랑에 휘말렸을 때 하원 사법위원회 특별검사로 지명된 그는 철저한 수사를 거쳐 닉슨의 탄핵을 권고했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지난 1972년 6월 닉슨 측 비밀공작반이 재선을 위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된 사건으로, 닉슨은 도어의 권고로 하원 사법위가 탄핵을 결의하자 1974년 8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재작년 도어에게 대통령 훈장을 수여하면서 그가 민권법과 투표권리법의 초석을 다졌다고 칭송했습니다.

앞서 도어 변호사는 지난 2009년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미국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민권운동에 대한 보상이며 1960년 이래 이뤄진 인종평등의 진전에 경탄한다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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