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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 소파앉아 20분 회담…청와대 "충분한 협의"

입력 : 2014.11.11 22:53|수정 : 2014.11.11 22:53

한때 무산가능성 제기…'한중 밀월' 분위기 부담줬다는 해석도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제22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11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네 번째 한미정상회담은 역대 회담과 비교할 때 다소 단출하게 이뤄졌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베이징 시내에서 60㎞ 떨어진 휴양지 옌치후(雁栖湖)의 옌치호텔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을 마친 직후인 오후 2시께(현지시간)부터 같은 호텔의 공간을 빌려 20여분간 마주 앉아 북핵문제 등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이 성사되기까지 한미 양측은 일정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 정상들의 일정이 분 단위로 촘촘하게 짜여진 다자회의의 특성상 두 정상이 공통으로 비는 시간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아서였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회담 직전까지도 회담 시간과 장소, 형식 등이 확정되지 않는 이례적 장면이 연출됐다.

실제로 베이징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께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오늘 열리는 것에 가능성과 무게를 두고 조율 중이나 100%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라고 브리핑을 했다.

민 대변인은 또 회담이 열리기 1시간 전인 오후 1시께 추가 브리핑에서 "오후에 회담을 하기로 한 것은 확정됐으나 업무오찬 직후일지, APEC 정상회의 세션2가 종료되는 오후 4시에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통적 우방인 한미 정상회담이 '정교하게' 셋팅됐던 종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이처럼 한미 양측이 회담 시간을 놓고 막판까지 조율을 거친 탓에 회담 형식도 예전과는 달리 간소하게 꾸며졌다.

두 정상은 각자 1인용 소파에 앉아 통역을 대동한 채 대화를 나눴다.

회담 시간은 총 20여분이었지만 통역이 중간에 끼다 보니 실제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눈 시간은 10여분에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배석자 자리가 마련되지 않아 미국측 수행원인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한국측 윤병세 외교장관과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선 채로 회담을 지켜봤고, 양자 회담시 상징적으로 준비하는 양국 국기도 회담장 뒤쪽에 세워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나 미국에 있어 한미 정상회담이 지니는 무게감이나 상징성에 비해 이날 양국 정상의 네번재 회담은 비교적 약식으로 이뤄진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무산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등 조율이 어려움을 겪은 점을 들어 한중 FTA(자유무역협정)의 실질적 체결선언 등 '한중 밀월'이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 다소 부담을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았다.

반면 박 대통령이 취임 2년도 안된 시점에 오바마 대통령과 4번째 정상회담을 함으로써 굳건한 한미관계가 재확인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특히 두 정상은 이날 회담뿐만 아니라 전날 열린 갈라만찬 불꽃놀이장에서도 나란히 앉아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고, 이날 회담 직후에도 APEC 정상회의 세션2가 진행되는 국제회의센터까지 150여m를 함께 걸어가며 추가 협의를 하면서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는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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