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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아베의 정상회담, '비정상적' 요소 넘쳤다

입력 : 2014.11.11 04:39|수정 : 2014.11.11 04:39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10일 성사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의 첫 정상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비정상적'인 요소가 넘쳐났다.

중일 정상의 만남인 탓에 정상회담인 것은 맞지만, 형식과 의전상 절차, 분위기에서 모두 통상적인 정상회담으로 보기에는 자연스럽지 못한 것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NHK와 중국 방송 등이 촬영한 영상을 보면 두 정상의 첫 대면은 어색함으로 가득했다.

아베 총리는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한 접견실에 일본 당국자들과 통역 등과 함께 먼저 도착해 시 주석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양국 국기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어색하게 한참을 기다린 아베 총리는 시 주석이 회담장에 들어서자 악수를 하며 웃는 얼굴로 비교적 길게 무엇인가를 말했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만나뵙게 돼 매우 기쁘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시 주석은 미소가 없는 굳은 표정으로 악수했다.

또 아베 총리의 발언이 끝나자 통역사가 이를 다 전하기도 전에 아무 대답없이 고개를 취재진 쪽으로 돌렸다.

이후 시 주석이 아베 총리를 노려보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시 주석의 표정은 '쌀쌀맞게' 보이는 데서 나아가 '매우 화가 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말을 무시하는 듯한 차가운 태도를 인식한 탓인지 아베 총리의 미소도 곧 어색하게 변했다.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악수를 마치고 자리를 이동할 때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리며 시선을 피하기까지 했다.

시 주석은 이후 아베 총리 일행 중 다른 일본 측 인사와 악수했다.

이는 통상적으로 중국 측 지도자가 자국을 방문한 외국 손님들과 접견할 때 대표단장과 악수한 뒤 다른 구성원들과 악수를 나눌 때의 모습과 '판박이'였다.

이런 어색한 분위기는 10일 오전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이 환하게 웃으며 악수했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됐다.

시 주석은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할 때에도 밝은 표정으로 악수했고 팔을 내밀어 상대가 이동할 자리를 안내하는 등 자연스럽게 행동했다.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냉랭한 태도를 보인 것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국으로서 '손님'의 요청에 따라 비록 만나기는 하지만 역사 인식이나 영유권 분쟁 등 현실 문제에서 일본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중국은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만남에 대해 통상적인 정상회담에서는 쓰지 않는 '요청에 응했다'(應約)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번 회담장에는 양국 국기도, 테이블도 없이 중국을 방문한 대표단과 접견할 때 사용되는 소파가 놓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만남은 약 20여분 남짓으로 매우 짧게 이뤄졌고 정상회담 시에 사용되는 동시통역 대신 순차통역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통상적인 정상 회담에서 자국 측 배석자로 3~4명 정도를 소개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최근 일본과 '4개항'의 합의를 이뤄낸 당사자인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의 이름만 배석자로 소개했다.

중국은 이날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과 시 주석과의 회담에는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당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리잔수(栗戰書) 당 중앙정치국원 겸 중앙판공청 주임, 양제츠 국무위원 등이 배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측이 발표한 회담 결과 역시 역사문제를 집중적으로 거론하는 시 주석의 발언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아베 총리의 발언은 20% 남짓에 불과했다.

베이징의 한 관측통은 "중국 측이 공식적 정상회담으로 비치는 것을 꺼린 듯한 인상을 많이 받는다"면서 "중국은 일본과 대등한 협의를 했다기보다는 만나긴 했지만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고 앞으로 잘하라고 촉구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은 시 주석이 중국 국내 여론을 의식해 이처럼 행동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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