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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담보대출 받은 세입자 '우선변제권' 보호받을까

입력 : 2014.11.10 06:16|수정 : 2014.11.10 06:16

개정 주보법 시행된 작년 8월 이후 대출받은 임차인만 우선변제권 인정


집주인이 파산해 전세로 살던 세입자의 아파트가 경매에 부쳐진다면 보증금을 되돌려받을 수 있을까. 주택임대차보호법(이하 주보법) '3조의2'를 안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하기 쉽다.

이 조문에 확정일자를 갖추고 전입신고를 완료한 임차인에게는 배당에서 선순위를 점할 수 있도록 우선변제권을 부여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만약 개정 주보법 시행일인 2013년 8월 이전에 은행에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로 맡기고 대출을 받았다면 채권은 휴짓조각이 될 수도 있다.

채권을 은행에 맡기면서 우선변제권이 사라지기 때문에 세입자가 대출금을 갚아 채권을 되찾아도 배당 순위에서 밀려 보증금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런 상황으로 전세금 1억4천500만원을 날릴 위기에 몰린 임모(41·여)씨는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 "개정 주보법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 "보증금담보대출 '열풍' 속 법 개정됐지만…"

지난해 8월 13일 시행된 개정 주보법에 보증금 담보 대출자의 우선변제권을 보호하는 규정이 마련돼 있기는 하다. 임차인이 은행에 보증금반환채권을 담보로 맡길 때 채권과 함께 은행으로 우선변제권도 넘어가도록 정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 과정에서 우선변제권이 '증발'되지 않기 때문에 대출금을 갚으면서 이를 되찾아 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단서가 달렸다. 개정 법률은 시행일 이후 은행에 담보를 맡긴 경우로만 적용 범위를 한정했다. 따라서 임씨와 같이 시행 전 이 같은 은행 거래를 한 세입자는 개정 주보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 "기존 법률 우선변제권 인정…소송으로 다퉈볼 여지 사라져"

임씨 측은 "기존 법률은 해석에 따라 우선변제권을 인정받을 여지가 있었다"며 "개정 법률의 시행으로 오히려 이 가능성이 막혀 재산권에 침해를 받게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송을 제기한 임씨는 2012년 9월 2심에서 우선변제권을 인정받는 판결을 받아내기도 했다.

당시 서울고법 민사14부(이강원 부장판사)는 "주보법 규정은 보증금 채권의 양수인을 우선변제권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지 않다"며 "은행 등에 채권이 담보로 넘어갈 때도 우선변제권은 유지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올해 4월 상고심은 2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개정 규정은 시행 후 보증금반환채권을 넘겨받은 경우부터 적용하도록 했다"며 "법률 시행 전 채권을 담보로 넘긴 원고는 우선변제권을 상실했다"고 판시했다.

◇ "개정 법률은 재산권 박탈…주보법 목적에 반해"

임씨는 청구서에서 개정 주보법은 법률의 적용 범위를 시행일 이후로 한정해 일부 임차인들의 우선변제권을 박탈했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2심 판결을 근거로 삼았다.

2심은 "보증금담보대출은 부동산이 없는 서민 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대출 과정에서 우선변제권이 상실되면 보증금을 담보로 맡길 수밖에 없는 궁박한 처지의 임차인이 보호받지 못하게 돼 주보법의 목적에 반한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임씨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건의 허정현 변호사는 "전세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정부도 정책적으로 보증금담보대출을 권장했다"며 "이런 정부 홍보를 믿고 대출을 받은 임차인들이 법 개정으로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고 헌법소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헌법소원의 인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서울 지역의 한 판사는 "주보법상 우선변제권은 헌법상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로 보기 어려워 헌법소원이 가능할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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