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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 '축제&추모의 밤'

입력 : 2014.11.10 03:16|수정 : 2014.11.10 03:16


독일은 9일 베를린장벽 붕괴 25주년을 맞아 자유와 통일을 가져온 이날을 자축하는 동시에 장벽 붕괴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이날 베를린장벽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 연설을 통해 "과거 동독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그릇된 국가였다"면서 "오늘은 자유의 날인 동시에 (자유를 위해 싸우다 숨진) 희생자 추모의 날"이라고 말했다.

올해 60세인 그는 서독에서 태어났지만 1990년 통일되기 전까지 동독에서 줄곧 성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런 의미에서 이날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시장 등과 함께, 기념 보전되고 있는 베를린장벽 틈에 장미를 헌화하는 이벤트로 희생자들을 추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나치 정권의 유대인 학살이 본격화한 시점이 1938년 '11월 9일'이었음을 상기하며 이날을 "수치와 불명예의 날"로도 규정했다.

그러면서 "바로 이 때문에 오늘, 우리는 기쁨만이 아니라 독일의 역사가 우리에게 지워주는 책임도 함께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11월 9일은 공교롭게 1918년 바이마르공화국이 선포되고 1923년 아돌프 히틀러가 바이에른에서 권력 찬탈을 시도하다 실패한 날로서, 독일의 역사적 희비가 교차하는 기념일이다.

베를린 시민과 TV, 신문 등 미디어들도 메르켈 총리의 이런 지적처럼 이날을 성대한 시민 한마당의 날로 한껏 기념하는 가운데서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위기를 보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메시지에서 베를린장벽은 유럽과 세계를 이념으로 갈라놓은 상징물이었다고 평가하고 "우리는 장벽이 아니라 다리가 필요하다"며 "장벽이 있는 곳에선 마음이 닫힌다"고 지적했다.

독일 정부의 초청으로 기념행사에 함께한 미하일 고르바초프(83) 전 소련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언급하며 "세계가 새로운 냉전 직전의 상황"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는 소련의 개혁·개방 정책을 밀어붙여 동유럽 사회주의의 붕괴를 이끌면서 장벽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시민들은 이날 저녁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조명 풍선 8천 개를 하늘로 날려 보내면서 장벽 붕괴와 자유 쟁취의 기쁨을 표현했다.

이에 맞춰 세계적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베를린필은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연주했다.

'환희의 송가'는 1990년 독일통일 선포 당시 브란덴부르크문 광장과 의사당 앞에서 울려 퍼진 곡이다.

하얀 빛을 띤 풍선은 지난 7일부터 장벽을 형상화하는 취지로 15㎞ 길이에 설치됐다.

베를린 시민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베를린장벽 뿐 아니라 브란덴부르크문 등 명소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기념관 주변 전시물을 둘러보며 기념일을 함께했다.

외신들은 금주 말 최소 100만명의 내외국인이 베를린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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