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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바꿔 친 어부에 20년형?…'과잉 법집행' 논란

입력 : 2014.11.07 07:59|수정 : 2014.11.07 07:59


'법에 금지된 작은 생선을 잡았다가 적발된 어부가 생선을 바다에 버리면 증거인멸인가. 그것을 회계부정 처벌법으로 엄벌하는 게 과연 맞는가.'

미국 대법원의 5일(현지시간) 공판이 이 문제로 시끄러웠습니다.

대법관들은 갑론을박했지만 대체로 어부를 동정하는 분위기로 흘렀습니다.

2007년 미국 멕시코만에서 일어난 존 L.예이츠 선장의 불법 어로는 사소한 사건이었지만, 정부가 최고 20년형까지 가능한 회계부정법으로 처벌하려 하고, 이에 예이츠 선장이 항소하면서 마침내 대법원까지 올라왔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6일(현지시간) 경범죄에 중형을 내리는 과잉 법집행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사건은 2007년 플로리다 당국의 단속 요원이 멕시코만에서 어로 작업 중이던 예이츠 선장의 선박에 올라타면서 시작됐습니다.

배에는 농어의 일종인 '레드 그루퍼' 72마리가 잡혀 있었는데 모두 법정 허용치인 50cm에 미달했습니다.

단속 요원은 생선을 압류하겠다며 항구로 갖고 돌아가라고 명령했습니다.

그러나 항구에서 시행한 재검사에서는 생선이 69마리뿐이었고, 또한 선상에서 측정된 것과 다른 생선들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선원 한 명이 "선장이 생선을 모두 바다에 던져버리고 다른 것으로 대체하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하면서 예이츠 선장에게 증거인멸 혐의가 씌워졌습니다.

논란은 검찰이 예이츠 선장에 대해 엉뚱하게 '사베인스-옥슬리' 법을 끌어다 붙이면서 비롯됐습니다.

이는 2002년 엔론 회계부정 스캔들 후 기업규제를 강화하려고 제정한 법입니다.

여기에 '수사를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기록, 문서, 실물을 고의로 파괴하거나 변조하는 행위'를 최대 20년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습니다.

검찰은 없어진 생선이 '실물'이라고 주장했고, 예이츠 선장 측은 "컴퓨터 디스크, 문서 등 정보를 가진 실물을 뜻하는 것인데 생선이 무슨 정보가 있느냐"는 논리로 반박했습니다.

대법원 공판에서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길을 막고 사람들에게 '생선이 기록, 문서, 실물인가'라고 물어보라"라며 일반인의 법 감정을 거론했습니다.

앤토닌 스칼리아 대법관도 "예이츠 선장을 최대 20년형까지 처벌하려 하는 검사는 제정신인가"라고 힐난했습니다.

예이츠 선장 측 존 바달라멘티 변호사는 "이런 식이라면 미국인 모두 달걀껍질 위를 걷는 셈"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측 변호인인 로만 마르티네즈 변호사는 예이츠 선장에게는 단속 요원에 불응하고, 사건을 은폐하려 하고, 선원들에게 거짓말을 하게 시킨 잘못도 있다며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들은 다소 신중했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은 "선박 운영도 사업 아닌가"라고 말했고, 엘리나 케이건 대법관도 "의회가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도 강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말하는 등 법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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