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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쿠르드원유…국내 정유업계엔 '그림의 떡'

입력 : 2014.11.06 07:55|수정 : 2014.11.06 07:55


이라크 쿠르드산 원유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제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지만 국내 정유업계에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헝가리 최대 정유업체 몰(MOL)사는 최근 쿠르드 원유를 정기 도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쿠르드 원유가 국제가격보다 최소 배럴당 1달러, 최대 4∼5달러 저렴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몰사는 정제마진 하락으로 인한 정유 부문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도입처 다변화 전략의 일환으로 쿠르드 원유 도입에 나선 것입니다.

미국은 당초 쿠르드 원유 수출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이라크 중앙정부에 동조했지만 수니파 원리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돌입하면서 함께 IS에 맞서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자금줄을 눈감아주는 분위기로 돌아섰습니다.

미국 휴스턴 지방법원은 8월 말 쿠르드 원유를 선적한 유조선에 대한 압류 명령을 파기해 KRG가 미국 항구에 원유를 하역할 수 있게 물꼬를 터줬습니다.

이 유조선에는 쿠르드가 미국 정유업체에 팔기로 한 원유 100만 배럴이 실렸습니다.

재고손실·정제마진 하락 등 유가 급락의 후폭풍을 맞은 국내 업체들의 형편도 몰사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SK에너지는 3분기 정유 사업에서 2천261억원, 에쓰오일은 1천86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GS칼텍스는 2천493억원의 적자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옵니다.

그러나 KRG의 독자적인 원유 수출을 막으려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서슬이 시퍼런 탓에 한푼이 아쉬운 처지에도 쿠르드 원유 도입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올해 상반기 이라크산 원유 도입량은 GS칼텍스 2천600만2천 배럴(전체 도입량의 22.0%), 현대오일뱅크 177만6천 배럴(3.1%), SK에너지 10만1천 배럴(0.1%) 순입니다.

이 상황에서 만약 쿠르드 원유를 들여오면 이라크 중앙정부와의 거래선은 곧바로 막히고, 향후 석유개발사업 입찰에서도 배제됩니다.

SK에너지는 2007년 한국석유공사 등 8개 기업으로 구성된 코리아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쿠르드 바지안 광구의 개발 사업권을 따냈지만 이라크 중앙정부의 원유 수출 금지가 1년간 이어지자 결국 사업권을 포기했습니다.

이라크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다른 업체들은 더욱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저렴한 원유 도입이 원칙이지만 장기계약은 경제성뿐 아니라 안정성까지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중앙정부와 거래 중인 상황에서 쿠르드산 도입은 아무래도 위험 부담이 크다"고 고개를 내저었습니다.

중앙정부의 방해는 운송비에도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쿠르드 원유는 이라크 항구를 이용하지 못하고, 인접한 터키 파이프 시설을 통해 세이안이나 키프로스 등지로 돌아 나오기 때문에 운송비가 늘어납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라크 중앙정부의 심기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고, 수송 경로가 막힌 이상 운송비가 원가 절감액을 상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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