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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 거부하면 끝?' 있으나마나 의료 분쟁조정

임찬종 기자

입력 : 2014.11.03 20:21|수정 : 2014.11.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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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 사건이 의료사고인지는 수사가 좀 더 진행돼봐야 알 수 있겠습니다만, 사실 의료사고 피해는 구제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의료분쟁조정 중재원이란 기구가 있지만, 병원이 중재절차를 일방적으로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사건 절반은 시작도 못 하고 묻혀 버리는 겁니다.

임찬종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1월 한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빈혈증세로 검사를 받던 아이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됐습니다.

의료진이 수혈을 하며 심폐 소생술을 실시했지만 저혈량성 쇼크가 오면서 아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유가족들은 병원 측이 검사를 무리하게 강행해 숨졌다고 주장합니다.

[최윤주/유가족 : 길 다니다가도 우리 예강이 손 붙잡고 다녔었는데 그 손 자체가 너무 제 손이 너무나 허전해서… 정말 정말 착하게 살았거든요, 우리 예강이가.]

병원 측은 정상적 의료 행위였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에 조정 신청을 냈지만, 시작도 못 해보고 각하 판정을 받았습니다.

현행법상 병원이 조정을 거부하거나 2주일 내에 조정에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경우 조정 절차가 시작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2012년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설립 이후 절반이 넘는 사건이 병원 측 거부로 각하 처리됐습니다.

다른 조정 기관들의 경우 조정 신청만으로 절차에 들어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의료 분쟁 조정은 소송보다 비용이 싸고, 90일 이내 마칠 수 있는 데다 피해 감정에 비의료인도 참여하도록 돼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소송에 앞서 조정 절차를 밟는 게 유리하지만, 조정 절차 착수가 쉽지 않은 실정입니다.

지난 3월 병원의 조정참여 의사와 무관하게 조정 절차를 시작하는 개정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습니다.

[오제세 의원/새정치연합 (개정안 대표 발의) : (조정 제도가) 비용과 시간면에서 굉장히 (소송에 비해) 효율성이 높기 때문에 (병원 측) 찬성에 관계없이 일단 조정을 개시할 수 있도록 법안 개정안을 내게 된 것입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진에 지나친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추무진/대한의사협회 회장 : 강제 조정 개시를 하면 의료인들도 소신진료에 방해를 받게 되고, 또 방어진료 쪽으로 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생각을 하셔야 할 겁니다. 그렇다면 의료비의 상승도 가져올 수 있겠고요.]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저조한 조정 참여율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될지 주목됩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최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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