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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좌파 변신 모색…'실용주의'에 더 가까이

입력 : 2014.11.03 06:03|수정 : 2014.11.03 06:03

글로벌 경제위기 도전 극복해야 할 과제 안아


남미 좌파가 세계 경제 위기 등이 조성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발 빠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20세기 말에서 21세기 초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남미 각국에서는 좌파 정권이 잇따라 등장했다.

1999년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가 당선된 것을 시작으로 2002년 브라질 대선에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2003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2004년 우루과이 대선에서 타바레 바스케스, 2005년 칠레와 볼리비아 대선에서 미첼 바첼레트와 에보 모랄레스가 차례로 승리하며 '좌파 전성시대'를 이뤘다.

남미 좌파는 2010년을 전후해 세력이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고비를 맞았다. 그러나 그해 10월 브라질 대선에서 지우마 호세프가 승리한 이후 2011년 아르헨티나와 페루, 2012년 베네수엘라, 2013년 에콰도르와 칠레 대선에서 좌파 후보가 잇따라 당선되며 세를 회복했다.

현재 남미 대륙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하고 있다. 최근 시행된 볼리비아와 브라질 대선에서 좌파 후보들이 승리하며 '좌파 대세론'을 확인했다. 오는 30일 대선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우루과이에서도 좌파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남미 좌파는 자발적인 변화를 통해 체질을 개선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실용주의'에 과감하게 접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의 볼리비아, 브라질, 우루과이 대선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지난달 볼리비아와 브라질 대선에서는 모랄레스 대통령과 호세프 대통령이 각각 3선과 재선에 성공했으나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우루과이 대선 1차 투표에서는 좌파 후보가 우파 후보의 거센 도전에 힘겨워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이 신문과 회견에서 "2005년 대선 당시는 많은 어려움에도 민중의 열망이 가득한 낭만의 시기였다"고 회고하면서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분명히 다르며 더 많은 실용주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남미 좌파 지도자들은 한때 세계 경제의 호황과 국제 원자재 수요 붐에 힘입어 '라틴아메리카 신(新) 좌파'로 불리며 탄탄한 집권 기반을 구축했다.

그러나 세계 경제의 침체는 이들에게도 엄청난 도전으로 다가왔다.

남미 좌파는 사회 양극화를 완화하고 경제 실용주의를 강화해야 하며 정치적으로는 의회 내에서 더 많은 협상을 통해 타협을 이뤄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집권당이 의회를 장악한 볼리비아와 칠레 정도를 제외하면 모든 국가의 사정이 마찬가지다.

이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정권교체 위기에 놓일 수 있다.

내년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정치권과의 소통과 변화 요구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사회 계층의 분열과 저성장, 높은 인플레이션율 등이 겹치면서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를 밑돌고 있다.

남미 좌파 지도자들의 변신 노력과 관련해 지나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말 유럽을 방문한 칠레 바첼레트 대통령은 불평등 완화를 위한 강력한 개혁 작업을 시사하면서 "포퓰리스트가 되지 않으면서도 인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연구기관인 '미주 대화'의 마이클 시프터 소장은 볼리비아 모랄레스 대통령의 장기집권 요인으로 '책임 있는 포퓰리즘'을 꼽았다.

'싸구려 선동가'에 그치지 않고 국유화와 복지 확대로 지지 기반을 확충하고 야권과 재계를 포용하는 정책을 강조한 표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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