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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국가 불법행위 입증돼야 긴급조치 피해 배상"

양만희 논설위원

입력 : 2014.10.30 16:25|수정 : 2014.10.30 16:46


유신 시절 긴급조치 9호에 따라 수사를 하거나 공소를 제기한 수사기관이나 유죄 판결을 내린 법관의 직무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어서,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은 구체적인 위법 행위가 입증돼야 인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합법을 가장한 국가 폭력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대법원 2부는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서모 씨와 장모 씨 그리고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에 앞서"긴급조치 9호 위헌 선언 이전에 법령에 기초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공소를 제기한 행위, 그리고 유죄 판결을 내린 법관의 행위가 공무원의 고의나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제했습니다.

재판부는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유죄가 확정된 당사자가 재심에서 무죄가 입증됐다면 복역 등으로 인한 손해에 대해 국가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긴급조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모든 사람들이 자동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수사 과정 등에서 국가의 불법행위가 드러났을 경우에만 국가의 책임이 인정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변은 긴급조치에 의거해 수사를 개시하거나 공소를 제기한 행위 자체가 불법이 아니라고 판단한 부분에 대해 "법 형식논리에 빠진 독단으로 ,실질적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된다"고 비판했습니다.

소송을 낸 서 씨와 장 씨는 계명대에 재학 중이던 1976년 헌법 폐지를 주장하고 선동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에 강제 연행됐습니다.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 이들은 허위 자백을 했고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04년 민주화 운동 관련자로 인정된 이들은 재심을 청구해 무죄 확정 판결을 받고 형사보상금을 받은 뒤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1심과 2심은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여 서 씨에게 2억1천500만 원을, 장 씨에게 2억500만 원을 배상하고 가족들에게도 2천만 원에서3천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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